“부모는 아이 진로 선택 위한 '길라잡이' 역할해야”

서울대 진학한 딸 둔 노경미 씨

김준환

kjh@dhnews.co.kr | 2013-07-03 17:52:11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려면 부모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특히 요즘 같이 입시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부모는 아이의 진로 선택을 위해 좋은 스승이자 동반자의 역할까지 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진로 상담 과정에서 부모가 원하는 아이의 꿈과 아이가 꾸는 꿈이 다르기 때문에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대개 아이는 주로 자신이 동경하거나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되지만 부모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서 어찌보면 갈등은 필연적이다. 특히 아이가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진로 지도 시 아이의 적성을 고려하기보다는 부모의 생각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진학상담 전문가들은 진로 지도만 잘 돼도 아이가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학업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학습 향상의 원동력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독서지도사로 일하고 있는 노경미(47) 씨는 일찍부터 진로교육의 중요성을 알고 아이가 올바른 진로 선택을 하는 데 길라잡이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그 결과 올해 큰 딸은 서울대학교 국문과에 진학했고, 수험생인 작은 딸 역시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면서 언니와 같은 학교에 들어가겠다는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 노 씨는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파악해 뒀다가 진로와 잘 연결될 수 있는 활동을 하도록 한 게 ‘엄바표 공부법’의 비법”이라고 설명했다.

내 아이의 진로, 독서 교육에서 답을 찾다
노 씨는 독서지도사로 일한 지 벌써 10년 가까이 됐다. 책과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다보니 아이의 진로 지도도 자연스럽게 독서를 통해 이뤄졌다. “저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기준을 정하지 않고 책을 읽도록 유도했어요. 악인을 우상화하는 내용이 아니면 다양한 장르의 독서를 통해 많은 간접경험을 하도록 했죠. 이렇게 제 아이의 경우에는 다독을 하면서 진로와 삶의 방향을 자연스럽게 찾은 것 같아요.”

노 씨의 큰 아이는 중학교 시절 박경리 작가의 <토지>를 읽은 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해 졸업 후 문학평론가가 되겠다는 구체적인 진로 방향을 세웠다. “제가 보기에 <토지>는 20권으로 돼 있어서 중학생이 읽기엔 다소 무리가 따를 수 있다고 봐요. 하지만 아이는 이 책을 읽고 굉장히 깊은 감명을 받었어요. 그런 후 <토지>가 한국문학사에 남긴 의미, 왜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없었는지, 외국에서 제대로 평가를 못 받았던 이유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봤던 것 같아요.”

결국 이 같은 독서활동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구체적으로 비교문학 분야를 심층적으로 공부해 평론가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도 보여줬다. 노 씨는 “큰 아이의 사례와 같이 다양한 책을 읽다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많이 찾게 되고 관련된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를테면 역사책을 즐겨 읽는 아이들은 역사체험 프로그램에, 과학책을 자주 접하는 아이들은 과학탐구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진로를 발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다양한 경험은 진로 선택에 큰 도움
노 씨는 “아이와 자주 여행을 다니면서 세상을 향한 다양한 경험을 쌓게 되면 나중에 진로 선택을 할 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여행은 틀에 갖힌 체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아이가 초등학교 시절 저희 가족은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물론 어렸을 때라 여행 장소를 일일이 기억하기 어렵지만 일석이조의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가족들과 함께 보낸 시간은 여행의 즐거움이 됐을 것이고, 자연과 함께 하면서 더불어 사는 방법을 배우게 됨으로써 인성교육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되는 것이죠.”

지금은 캠핑문화가 발달했지만 당시에는 캠핑문화가 보편화되지 않았다. 노 씨 가족들은 특별한 장소를 정해 놓지 않고 여행하다 배고푸면 가로등 밑에서 끼니를 떼우기도 했다. 한 마디로 자유분방함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여행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노 씨는 “시간이 지나고 보니 어린 시절의 다양한 경험이 쌓여 배움과 학문에, 나중에는 진로 방향까지 영향을 주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4~6학년 때까지 강남구교육청에서 운영하는 ‘발명영재반’ 활동을 했어요. 특정한 과제물이 주어지고 아이들의 힘으로 미션을 수행하는 게 이 활동의 주된 목적이에요. 가령 어느 팀이 최대한 많은 무게를 견디는 구조물을 설치하는지, 얼마나 튼튼하고 견고하게 만드는지 등이 주요 과제가 되는 것이죠. ‘발명영재반’ 활동 덕분에 국무총리상까지 받고 국제대회에 나가는 소중한 경험도 만들 수 있었어요.”

노 씨는 이러한 어린 시절의 경험들이 축적되면서 학원이나 과외에 의존하는 학습 방식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학습 태도를 형성했을 뿐만 아니라 진로를 주체적으로 설계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분석했다. 또 그는 “아이가 어린 시절 보냈던 다양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자율형사립고인 하나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하나고는 진로와 관심분야 학생의 선택권을 학업에 반영해 맞춤형 교육과정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하나고는 올해 대입 수시모집에서 서울대 43명, 고려대 33명, 연세대 13명(전체학생의 약 45% 수준)이라는 우수한 진학 실적을 거뒀다. “알려졌다시피 하나고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관심계열에 따라 학업계획을 세워야 하는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학교예요.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도 하나고의 교육 방침과 아이의 학업 방식이 찰떡 궁합을 보였기 때문이에요.”

고등학교 시절에는 대입 준비로 바쁜 와중에서도 ‘공부의 신’이라는 교내 동아리를 구성해 재능기부 형태로 공부법을 전파했다. 은평구 내 가정 환경이 어려운 중학생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도움을 주는 게 알려지면서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까지 했다. 또 자신의 진로와 관련 있는 활동에도 시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고등학교 2~3학년 동안 ‘하나신문’이라는 학교신문을 만들면서 ‘신문편집부장’까지 맡았다. 노 씨는 “아이가 꿈꾼 ‘문학평론가’라는 목표를 향해 진로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들을 쌓아가면서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들과 소통하면 진로 찾기 더 수월
자녀지도는 물론 사회 전 영역에 걸쳐 화두가 되고 있는 게 바로 ‘소통’이다. 노 씨가 얘기하는 부모와 자녀 소통은 별다른 게 없다. “아이가 생각하는 걸 쉽게 얘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 그게 바로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벽에 막혀 있다고 느끼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마음을 닫아 버리는 아이들이 많아요. 심지어는 부모가 아이와 억지로 소통하려고 하면 마음에 없는 얘기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사실 노 씨는 “큰 아이와 소통하기가 오히려 편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아이가 하나고(기숙학교)에 다녔던 지라 떨어져 있는 시간이 더 길었어요. 그래서 서로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이 더 강했고, 집에 왔을 때 짧은 시간을 이용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했죠.” 그래도 막상 아이와 진로진학 문제로 얘기할 때 서로 생각의 차이가 있어 고민하는 시간을 겪어야 했다.

“아이에게 문과 학생들이 주로 지원하는 ‘경영학과’나 ‘상경계열’을 선택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어봤어요. 딸 아이는 자신의 꿈인 문학평론가가 되기 위해 ‘국문과’ 선택을 원했지만 엄마의 의견을 존중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고 얘기했어요.” 이후 아이는 대학교 홈페이지에서 ‘경영학과’나 ‘상경계열’로 진학했을 때 배우는 교과목, 졸업후 진로분야 등을 찾아봤다.

노 씨도 부모의 입장이 아니라 아이의 위치에서 가장 행복한 선택이 무엇인지 더욱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래서 고심 끝에 노 씨가 내린 결론은 ‘아이의 삶이 행복하지 않으면 소위 말하는 성공했다고 해도 아이에게 의미 없는 삶이 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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