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누구를 위한 지원인가?
이원지
wonji@dhnews.co.kr | 2013-06-21 14:27:57
청년 실업률 문제가 심각한 국가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할 때쯤이었을까? 젊은이들은 취업보다는 창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지난 정부 때는 그야말로 창업열풍이 불어 닥치기 시작했다.
사회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대학에서도 창업을 제2의 취업으로 인식하며 재학생들의 창업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기청에서는 창업선도대학을 선정하고 수억 원에 달하는 정부 지원금도 챙겨주며 창업교육의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그런데 창업에 성공한 젊은 CEO 몇몇을 만나본 기자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실제로 창업을 준비하면서 학교 창업지원단을 통해 어떤 도움을 받았냐”는 질문에 이들은 하나같이 ‘장소 제공’이라는 똑같은 답변만 늘어놨다. 지원단에서 실시하고 있는 수많은 교육과 프로그램에 관한 내용은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반면 기자가 인터뷰를 해왔던 대학 창업지원단 관계자들은 “지원단의 여러 교육과 프로그램이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입을 모았다.
얼마 전 기자가 만났던 창업인 A 씨는 “학교에서 여러 창업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솔직히 실제 창업에 도움이 되는 것 같진 않다”면서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예로 들었다. 학교 측에서 ‘멘토’라는 명칭으로 초빙하고 있는 창업 전문 강사들의 강연과 지침들은 일명 ‘뻔한’ 이야기라는 것. A 씨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학교로부터 대가를 받고 시간 때우기만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고 고백했다.
한 마디로 대학은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지만 학생들은 “나는 장소 외에 무엇을 지원받았는지 모르겠다”는 꼴이다. 그러면 창업지원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수많은 프로그램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기자는 이 대목에서 문득 ‘소통의 부재’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학생들이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 요구하는 교육과 대학에서 마련·제공한 내용의 갭이 꽤 컸던 모양이다. 대학에서 철저한 사전조사를 통해 수요자인 학생들이 원하는 사안들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준비했다면 이런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을 터. 이왕 학생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면 대학은 학생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귀울여야 할 것이다. 그럴 때 비로소 대학들의 창업지원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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