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왜곡된 낭만
경품과 화려한 볼거리로 기업부스가 가득찬 대동제
이원지
wonji@dhnews.co.kr | 2013-05-16 10:14:24
요즘 대학가에는 ‘대동제’가 한창 열리고 있다. 대동제(大同際)는 많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축제라는 의미. 대학은 단과대학 또는 학과, 동아리 등으로 분리돼 개별성이 부여된 곳이다. 따라서 대동제는 학과나 동아리별로 나눠진 것을 하나의 장을 통해 어울려 즐기자는 취지로 시작된 단합의 장이자 대학생들을 위한 축제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대동제가 변하고 있다. 최근 대동제가 열리고 있는 서울 시내 한 대학을 우연찮은 기회로 방문하게 된 기자는 꽤나 당혹스러웠다. 한 쪽에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개성 넘치는 행사부스가 마련돼 있었지만 거의 절반에 가까운 부스들은 일명 ‘기업행사 나온 직원’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갖가지 다양한 경품을 나눠주면서 상품을 홍보하는가 하면, 한 통신사에서는 행사 도우미를 섭외해 최신 가요에 맞춰 춤을 추며 학생들의 시선을 끌었다. 당연히 도우미들의 옷차림은 민망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학생들이 학과나 동아리 부스보다는 경품과 화려한 볼거리로 기업홍보에 나선 부스로 몰리게 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다.
기자가 언젠가 마케팅 관련자에게 들은 얘기가 있다. ‘기업에서 신제품 등을 홍보할 때 대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그것은 마케팅에 성공했다고 본다’는 것이다. 홍보대상의 제1 타겟(Target)이 대학생이라는 뜻이다.
기자가 대학을 다녔던 10여 전 까지만해도 축제의 절반 이상을 기업이 장악해버린 모양새는 아니었다. 학점, 스팩관리 등으로 학업에 지쳐있는 대학생들이 그나마 여유를 갖고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축제도 이제는 상업적으로 변질돼버렸다.
대학가의 본질이 점점 왜곡되고 있다. 학문분야를 연구하고 지도자로서 자질을 함양하는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이 자신의 본질을 잊은채 여러가지 모양으로 왜곡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하다못해 대학생들의 축제마저도 기업이 끼어들며 왜곡된 상품이 돼버렸다. 이제 대학생들에게 축제의 즐거움과 낭만은 사라져버린 것일까?
기업홍보 부스를 받아드린 대학본부, 돈에 혈안이 돼 대학생들의 낭만마저 빼앗아 버린 기업들. 이들이 무엇을 왜곡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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