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만 잘 해도 성적이 향상된다"
아들을 서울대 보낸 이미옥 씨
김준환
kjh@dhnews.co.kr | 2012-12-27 15:05:47
첫째는 중고등학교 과정을 외국(중국)에서 마치고 수시전형으로 연세대(동아시아국제학부)에 입학했고, 둘째는 중국에서 10학년까지 마치고 경기고 1학년으로 편입해 서울대(자유전공학부)에 입학했다. 셋째는
아직 초등학교 2학년이다. 첫째와 둘째를 명문대에 보낸 것과 관련해 이 씨는 아이들이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는 자기주도적 학습을 잘 실천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특히 둘째는 8년간의 외국 생활로 특례입학이라는 쉬운 길이 있었음에도 과감히 포기했어요. 목표로 한 서울대를 가기 위해 수능을 치르겠다는 다소 무모한 도전을 시도했던 거죠. 다행히 무엇부터 어떻게 공부해야 되는지 잘 파악해 ‘입시’라는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씨는 자신의 자녀 교육에는 특별한 점은 없었다면서 대신 아이에게 공동체 생활 속에서 기본이 되는 점을 강조하고 ‘독서’와 ‘정리 잘하기’가 아이의 학업에 동기부여가 된 측면이 컸을 거라고 밝혔다.
이 씨와 이야기를 하면서 기자가 알게 된 한 가지 사실은 그가 몇 개월 전 모 일간지를 통해 매스컴을 탔었다는 점. 이 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내 독서클럽 활동이 언론에 소개된 것이다. ‘자이독서클럽’에서 3년
동안 활동해 온 이 씨는 같은 취미를 가진 회원들과 정기적인 교류를 가지면서 다양한 장르의 책을 접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신문에 소개될 정도로 이 씨의 독서사랑은 자연히 자녀들 역시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동인(動因)으로 작용했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는 말이 실감되는 부분이다. 말로만 가르치려는 교육이 아닌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는 이 씨의 교육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제 ‘독서’로 이야기 실타래를 풀었으니 부모공부기술의 첫 번째 얘기를 ‘책’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하겠다.
5000권이 넘는 독서량… 아이의 지적 호기심 자극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 남자라면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라는 두보의 시 구절에 나오는 말이 있다. 이 씨도 지금까지 독서량을 따져보면 ‘오거서(五車書)’에 필적할 만하다.
“2002년 당시 남편이 중국 주재원으로 근무했을 때 늦둥이 셋째가 태어났고 첫째와 둘째 아이에게 그랬던 것처럼 역시 막내에게도 책 읽기의 즐거움을 가르치기 위해 한국에서 3500권(약 80박스)의 책을 중국으로 주문했어요. 그리고 중국 현지에서 중고로 구입한 책이 1500권 정도 되니까 모두 5000권 남짓 책을 읽어 준 셈이죠.” 이 씨가 얼마나 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씨는 아이의 독서 습관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길러주기 위해 노력했고 그 일환으로 책을 읽어주는 방법을 선택했다. “저는 아이 아빠랑 같이 릴레이로 책을 읽어주곤 했어요. 동화책 위주로, 아이가 책을 좋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책을 읽어줬어요.”
이 씨는 독서의 효용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에게 5000권 이상의 책을 읽도록 하면 아이가 책에 대한 호기심이 절로 생긴다고 봐요. 지식에 대한 탐구심이라고 말해도 될 것 같아요… 저의 경우에는 아이가 7세가 될 무렵까지 다방면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고 (아이가) 궁금한 분야가 생기면 특정 사항에 대해 파고드는 훈련을 많이 시켰죠.”
가령 빌게이츠에 대한 책을 읽다가 ‘빌게이츠’라는 인물이 궁금하다고 하면 빌게이츠에 관련된 책을 찾아보도록 하는 것이다. 빌게이츠에 관련된 책들은 경영·경제서, 자기계발서, 에세이, 자서전 등 다양한 장르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런 모든 책을 아이에게 읽히게 함으로써 비교·분석해 읽는 습관을 길러준다. 특히 이 씨는 “중학교 이후부터는 한권을 읽더라도 깊이 있는 안목으로 책을 보는 훈련이 중요하다”며 “단편적인 지식이나 정보의 습득이 아니라 생각의 폭과 깊이를 확대시키고 논리성을 키울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해 깊이 있는 독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사만 잘해도 성적이 향상된다
대한민국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이 공부 잘 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성공하길 원한다. 하지만 이 씨는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기에 앞서 아이의 정서적 안정감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이가 학창 시절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부에 집중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대로 된 공부를 하려면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정서적 안정감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해요. 정서적 안정감이 곧 자존감으로 나타나고 자존감이 높은 아이는 자긍심 또한 높게 마련이에요.”
이를 위해 이 씨가 행동으로 옮겼던 교육 방침은 아이에게 기본이 되는 예절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게 하는 것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바로 ‘인사 잘하기’. 가정 생활, 학교 생활 등 공동체 생활에서 인사 잘하기만 제대로 실천해도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출 수 있다는 게 이 씨의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데에는 이 씨가 대학 시절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유치원 교사와 원장 등을 한 사회 경험도 주효하게 작용했다.
이 씨는 “부모나 선생님 등 어른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동작인 인사가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메커니즘이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인사하는 기본 동작은 쉽게 보이지만 인사를 제대로 안 하는 학생들이 참 많잖아요. 왜일까요? 이런 학생들은 근본적으로 마음이 불안해서 그래요. 제가 앞서 강조한 정서적 안정감이 중요하다고 얘기한 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죠.”
이 씨는 인사와 공부와의 상관 관계를 아이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저는 아이에게 교문 앞에서 보든지 화장실 앞에서 마주치든지 선생님을 보면 언제나 인사를 잘 하라고 가르쳤어요. 이렇게 인사를 잘 하다보니 선생님 눈에 많이 띄고 자연스럽게 친근감이 형성되더라고요. 이렇다보니 교무실에 들어가는 것도 편해져서 질문거리가 많았던 제 아이는 교무실에 찾아가 질문도 자주 할 수 있게 됐죠.”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잠깐 학창 시절 기억을 떠올려보자. 교무실에 들어가 선생님과 얘기하거나 어려운 문제를 질문하려고 했던 게 마냥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자녀 교육을 위한 생각정리의 기술
일반적으로 자녀가 정리하는 습관을 가질 경우 기억력과 집중력이 향상되고 자립심과 책임감을 길러줄 수 있다는 게 교육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 말은 생활 속에서 정리하는 습관이 정착되면 학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이 씨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책가방, 방청소 등 주변을 정리하는 습관을 갖도록 교육시켰다.
이 씨는 한발 더 나아가 아이에게 주변 정리를 하는 것처럼 생각도 체계적인 정리를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특히 이 씨는 아이가 어떤 행동을 시작하기 전 철저한 계획을 세워 목표한 바를 100% 완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는 ‘생각정리의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반적인 생각정리의 기술은 비즈니스에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복잡한 문제를 간단히 풀어주는 창의적 사고법이나 혁신적 메모 기술 등 업무에서 뛰어난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둔다. 이 씨는 이러한 생각정리 기술의 효용성을 자녀 교육에도 적용시켰다.
“공부를 하면서 생각정리를 반복해 하다보면 자신의 목적과 목표를 분명히 알 수 있게 돼요.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 정리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면 충분해요.”
이 씨는 아이와 함께 한 생각정리의 기술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아이는 생물학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서울대에 가길 원했어요. 그 다음에는 어떤 방법으로 실행할 것인지 고민하게 됐어요. 수시냐 정시냐를 고민했는데 수시가 적합하다고 판단해 수시에 맞는 구체적인 행동사항들을 마련했죠. 수시는 차별화된 스펙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생활기록부를 알차게 채울 수 있는 수상 경력을 만들자는 결론을 내렸어요. 구체적으로 교내에서 수상할 수 있는 상(특히 독서상), 생물 분야와 관련된 상, 근면·성실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상들을 최대한 획득하자는 거였죠. 여기에 진행 상황, 결과 확인 등 체크리스트를 마련해 목표했던 사항들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확인하는 것도 생각정리 기술의 중요한 포인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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