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표 교육개혁에 '촉각'"
교육공약 실현 '주목', 자유학기제·반값등록금 '뜨거운 감자' 예고
정성민
jsm@dhnews.co.kr | 2012-12-24 09:57:00
박근혜 당선인이 18대 대통령 선거(이하 대선)가 마무리되면서 향후 국정 운영을 위한 준비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이에 교육계에서도 박근혜 당선인의 교육공약 실현을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표 교육개혁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학저널>이 박 당선인의 대선 교육공약을 분석한 결과, 박 당선인의 교육공약은 '공교육 정상화'를 골자로 한 '행복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 박 당선인은 대대적인 변화와 개혁보다는 안정적인 변화를 추구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사교육비 감소와 관련해 박 당선인은 교과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당선인은 "교과서 혁명이야말로 교육 개혁의 시작"이라면서 "교과서만으로 학교의 기본교육이 완성되는 '교과서 완결 학습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학생들이 참고서나 학원의 도움 없이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교과서를 개발하겠다"며 "이를 위해 최고 전문가가 집필하도록 하고, 지금의 정보주입식 교과서를 재미 있고 친절한 이야기형 교과서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 당선인은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 제정을 예고했다. 이 특별법은 학습부진아에 대한 맞춤형 교육 지원, 특수교육 예체능교육 지원 확대, 학교시험과 입시에서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선행 학습내용 출제 금지와 처벌 기준 명문화 등을 담을 예정이다. 박 당선인은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을 제정해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시험을 금지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면서 "초·중·고교에서 치르는 각종 시험과 입시에서 학교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출제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강력한 불이익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온종일 학교' 운영도 박 당선인의 교육공약에서 주목되는 대목이다. 박 당선인은 "방과 후에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초등학생들이 안전한 학교에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원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후 5시까지 방과 후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고 맞벌이 가정 등 늦은 시간까지 돌봄을 원하는 경우는 오후 10시까지 무료 돌봄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중학교를 대상으로 한 '자유학기제' 도입은 박 당선인의 교육공약 가운데 가장 실험성이 커 보이는 공약이다. 현재까지 일선 학교에서 자유학기제가 실시된 사례는 없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이 구상하는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과정에서 한 학기를 필기시험 없이 독서, 예체능, 진로 체험 등 자치활동과 체험 중심 교육으로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창의성을 키우고, 진로탐색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는 것.
박 당선인은 반값등록금 실천도 적극 약속했다. 대학 등록금이 전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며 등록금 부담 완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되자 이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당선인은 "국가장학금을 추가적으로 확충해서 2014년까지 반값등록금 약속을 꼭 지키겠다"며 "국가장학금 지원 대상을 소득 8분위까지 확대하겠다. 소득 2분위까지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고 소득 3~4분위 학생에게는 75%를, 소득 5~7분위 학생에게는 절반을, 소득 8분위 학생에게는 등록금의 25%를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 당선인은 "소득 9분위, 10분위 학생에게는 든든학자금(ICL) 대출 자격을 부여하겠다"면서 "현재 3.9%인 학자금 대출이자율도 실질적으로 0%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학교체육 활성화가 박 당선인의 교육공약에 포함된 것이 눈에 띈다. 입시위주 교육으로 체육과목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에서 학교 체육의 중요성을 역으로 강조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체육활동은 청소년들의 정서함양과 가치관 정립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체육교육을 강화해 우리 학생들의 심신을 건강하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 당선인은 "초등학교에 체육 전담교사를 우선적으로 확보, 배치하고 중·고등학생이 '1인 1스포츠'를 연마해 스포츠를 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며 "학교마다 체육시설을 연차적으로 확보하고 특성화된 스포츠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박 당선인의 공약에는 기존 정부의 교육철학과 교육정책을 뒤엎을 정도의 혁신적인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자유학기제 정도가 이색적이다. 이는 박 당선인이 교육개혁에 있어 안정적인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실현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제 관건은 박 당선인의 교육공약 실현 여부다. 무엇보다 교육공약 실현을 위한 예산 확보가 박 당선인의 최대 과제다. 특히 반값등록금 실천을 위해서는 막대한 국가 예산이 뒤따라야 한다. 즉 박 당선인의 공약대로 2014년까지 반값등록금 실천이 가능하려면 새 정부 출범 이후 관련 예산 확보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렇게 볼 때 교육계에서는 반값등록금이 박 당선인에 대한 첫 실험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와 갈등을 풀어야 하는 것도 박 당선인의 과제다. 사실 그동안 역대 정부들도 첨예하게 얽혀 있는 이해관계와 갈등에 부딪히면서 교육개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실제 이명박 정부는 대선 공약에서 대입 완전 자율화를 제시했지만 반발 여론으로 무산됐다.
이와 관련 벌써부터 박 당선인의 교육공약에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는 것은 간과해서는 안 될 대목이다. 대표적 사례가 자유학기제 도입과 맞물려 있는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의 중학교 1학년 중간·기말고사 폐지 입장에 교육계가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문용린 교육감의) 중1 시험 폐지 공약은 재고할 것을 당부한다. 이는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와 흡사한 것으로서 문 당선자는 시험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특기적성교육과 직장체험 활동을 통해 중1을 '진로 탐색 학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는 공약 실현방안의 구체성 부족은 차치하더라도 학력저하 문제, 또 다른 과외시장 확대, 직업체험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 미비 등으로 실효성에 대한 교육계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당선인과 함께 새로운 5년의 문을 열게 될 대한민국 교육계. 지금 교육계에서는 이념과 정치논리가 아닌 교육 현장과 교육 수요자 입장에서 교육현안을 해결해 나갈 교육대통령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개혁을 향한 박 당선인의 행보가 주목된다.
[ⓒ 대학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