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신 릴레이 칼럼]'정답을 맞히겠다!'는 마음가짐이 '논술 첫걸음!'

공신닷컴 김명수 공신

대학저널

webmaster@dhnews.co.kr | 2012-11-29 11:05:00

“채점 끝내셨어요?”

소위 말하는 ‘수시 논술철’이 끝나면 대학 교수들이 서로 만나 인사 대신에 나누는 말이라고 한다. 농담 같지만 이것은 실화다. 실제로 어느 대학 교수에게나 논술고사를 치르고 난 뒤 주어지는 ‘답안 채점’의 과제는 가히 막중한 부담이다. 물론 혼자서 모든 답안을 채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천 개의 답안을 공정하고 정확하게 채점하는 일이 쉬울 리 없다. 과장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수천 개’의 답안 말이다. 예컨대 2012학년도 연세대 일반전형 지원자는 무려 5만627명이었다.

잘 생각해보자. 여러분이 채점자라면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답안지들을 어떻게 채점할 것인가? 단 공정성에 대하여 한 치의 시비(是非)도 있어서는 안 된다. 공정성은 입시의 생명이다. 도덕적 의무 때문이기도 하지만 혹 나중에 논란이라도 생긴다면 채점자 개인에게 치명적인 일이 될 것임은 물론이고 대학의 명예까지 실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채점자 앞에 놓인 것은 저마다 수천 자를 담고 있는 수만 개의 답안지, 치밀하게 요구되는 평가의 공정함, 그리고 촉박한 시간….

이번 칼럼을 통해 여러분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장담컨대, 여러분 중 대부분이 알고 있는 논술은 사실 논술이 아니다. 누가 언제 무슨 의도를 갖고 시작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논술이라면 수험생들 주위에 순 엉터리 지식들만 만연해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논술에 대해서 정말로 다양한 유언비어와 편견들이 존재하는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단연 다음의 한 문장일 것이다.

치명적인 편견, 논술에는 답이 없다.

본 칼럼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저 말은 절대로 사실이 아니다.

정말이다. 아니다. 저것이야말로 정말 ‘답이 없는’생각이다. 분명히 말하는데 논술에는 반드시 답이 있다. 만일 여러분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앞으로는 절대 무시하자.

‘논술에는 답이 없어. 논술은 자유로운 글쓰기야.’

앞서 했던 채점자 이야기를 다시 떠올려보자.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고, 대충 해서도 안 되는 상황에서 여러분이 채점자라면 과연 어떻게 할까?
어떤 뛰어난 평가 기법이 존재하든지간에, 그러한 상황 속에서 평가의
본질은 다음의 원칙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답’과 ‘오답’을 구분한다.

만일 정·오답이 분명하게 정해져있지 않다면 그러한 시험은 공정성의 시비로부터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평가의 효율성도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결국 논술에 정해진 답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닿는다. 그렇지 않으면 안 된다. 왜? 답이 없으면 절대로 채점할 수 없으니까!

아래 그림을 보자.



일반적으로 여러분들이 말하는 ‘정답이 없는’ 논술은 사실 ‘진짜 논술’, 즉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논술이다. 얼마나 독창적인 생각을 했는지가 중요하고 어떤 훌륭한 표현 기교를 사용했는지에 따라 높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는, 그야말로 ‘글쓰기’인 것이다.

문제는 여러분들이 시험을 통해 마주하게 되는 논술이 이러한 리얼 논술이 아니라 그 일부만을 포함하는 입시논술이라는 데 있다.
입시논술은 말 그대로 입시를 위한 논술에 불과하다. 학생의 글쓰기 실력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중에서 ‘채점할 수 있는 요소’만을 골라서 평가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바로 여기서 수많은 수험생들의 오해가 비롯된다. 사람들이 준비해야 할 논술이 철저하게 입시를 위해 존재하는 ‘입시논술’이라는 점을 간과하기 때문에 논술에는 답이 없다는 등, 배경지식이나 창의력이 중요하다는 등 갖가지 엉터리 상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입시논술은 논술과 다르다.

예컨대 입시논술은 일반적인 글쓰기와 달리 글에 드러난 창의력을 중요시하지 않고 학생들의 표현력 또한 거의 보지 않는다. 평가를 위한 논술이기 때문에 절대로 ‘리얼 논술’이 될 수 없다. 입시논술은 어디까지나 입시논술일 뿐이다.

매년 수시철이면 각 대학들은 밀려드는 수천 개의 논술 답안을 평가해야 한다.
이에 따라 수많은 수험생의 글들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점’이라는 계량화된 수치로 전산처리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처럼 학생들의 답안을 점수화하는 과정에서 애매한 평가기준은 지양(止揚)될 수밖에 없다. 대학은 수많은 답안지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채점해야 한다. 그리고 그 채점 결과는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있을 만큼’ 객관적인 이유에 근거한 것이어야 한다.

때문에 글쓰기를 구성하는 일부 항목들만이 입시논술에서 타당한 평가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 오직 객관적이고 명료한 기준만이 중시되며 나머지는 부차적인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것이다.

결론은 이렇다. 논술의 첫걸음은 다름 아닌 ‘정답을 맞히겠다!’는 마음가짐에서 시작한다.
만일 창의력을 길러준다는 논술 학원이 있다면 쳐다보지도 말자! 학생들에게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겠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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