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자기주도학습 제대로 하려면…
'학원 끊고 성적이 올랐어요' 저자 정영미
김준환
kjh@dhnews.co.kr | 2012-11-29 10:39:51
‘학원 끊고 성적이 올랐어요’ 저자 정영미(46) 씨는 학원이나 과외를 받지 않고 혼자 공부해도 원하는 대학에 충분히 갈 수 있다고 얘기한다. 단 이를 위해 필요한 최선의 공부 방법으로 자기주도학습법을 제시한다.
자기주도학습 전도사를 자처한 정 씨는 작년 초 방영돼 화제를 모은 EBS 다큐프라임 <사교육제로 프로젝트, 4000시간의 실험>을 기획한 후 방송에서 미처 다 보여줄 수 없었던 이야기를 ‘학원 끊고 성적이 올랐어요’라는 책으로 출간했다. 이 책은 초판 발행 후 6개월도 채 안 돼 5쇄를 발행하며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정 씨는 “출간 이후 본업인 작가 활동 외에도 최근까지 한 달에 4~5회씩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사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으로서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험적 성격이 강했던 <사교육제로 프로젝트, 4000시간의 실험>은 사교육을 끊고 혼자서 공부를 시작한 고1 학생 자원자 21명을 대상으로 자기주도학습 프로젝트를 실시한 방송 프로그램이다. 그 결과 참가 학생들은 6개월 뒤 언어, 수학, 영어 3개 과목에서 60%가 등급이 올랐다. 과목별로 전교 석차에서 100등 이상의 변화를 보인 참가자도 4명이나 됐다. 뿐만 아니라 참가자들은 시간의 중요성을 깨닫고 공부를 방해하는 요인을 스스로 제거해 나가거나 혼자 하기 어려운 과제들을 친구들과 협력해 풀어나가려는 긍정적인 변화들도 엿볼 수 있었다. 이는 학생들이 자기주도학습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이룰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 씨는 4000시간의 실험 참여, 집필, 강연, 아이 교육 등을 통해 자신이 경험했던 내용을 토대로 자기주도학습에 관심 있는 수험생, 학부모, 교사들에게 성공적인 자기주도학습 비결을 공개했다.
자기주도학습 시작 전 알아둬야 할 원칙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白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태롭지 아니하다)’라고 했던가. 손자병법에 나오는 이 고사성어는 자기주도학습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정 씨 역시 자기주도학습을 시작하기 위해서 먼저 자기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 씨가 주장하는 자기주도학습이란 기존의 잘못된 공부 습관을 전면적으로 바꾸기 위한 프로그램의 성격이 강하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자기주도학습에 들어가기 전, 자신의 학습 태도 가운데 무엇이 잘못됐는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를 위해 정 씨는 몇 가지 구체적인 지침들을 소개했다.
우선 공부 이력서를 진솔하게 써 보는 거다. “‘공부가 재미있다고 느꼈던 경우’, ‘가장 성적이 안 좋은 과목과 그 이유’, ‘내 성적이 크게 오르지 않는 이유’ 등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는 거예요. 이렇게 하다보면 자신의 공부 방식에 대한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고 앞으로 진행해야 할 방식도 계획하는 게 쉬워져요.”
다음으로 공부 습관을 점검하는 일이다. “누군가에 의지하는 스타일인지, 조금만 집중해도 다른 생각이 날 정도로 산만한 스타일인지, 책상에 앉아있지만 성과가 나지 않는 스타일인지 등 학습 습관에 따라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달라질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나는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이다. “단기적으로 원하는 대학과 전공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고민하면서 세부 목표를 설정해야 해요. 또 중장기적으로 나의 꿈, 직업과 관련된 커다란 인생 전반에 대한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자기주도학습, 노하우(Know-how)와 두하우(Do-how)는?
자기주도학습을 시작하기 전에 알아둬야 할 원칙들을 파악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나만의 자기주도학습을 위해 필요한 계획과 실천 사항들을 숙지해야 한다. 이른바 자기주도학습의 노하우(Know-how)와 두하우(Do-how)가 그것.
정 씨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노하우와 두하우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나만의 공부시간 확보하기. 둘째, 자신의 공부 스타일 찾기. 셋째, 최적화된 공부환경 만들기다.
정 씨는 사교육을 병행하면서 자기주도학습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나만의 공부시간 확보는 바로 사교육과의 단절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게 정 씨의 주장이다.
“학생들에게 보통 ‘하루에 몇 시간 공부하니?’라고 물어보면 수업시간을 포함시켜 대답하더라고요. 문제는 수업시간은 나만의 공부시간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학원이나 과외보다는 덜 하겠지만 듣기만 하는 공부는 절대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킬 수 없어요. 누가 시켜서하는 공부가 아닌 스스로 알아서 하는 공부에 쏟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게 자기주도학습의 첫 걸음을 내딛는 거예요.”
정 씨가 얘기한 ‘자신의 공부 스타일 찾기’와 ‘최적화된 공부환경 조성’은 따로 떼어내서 생각할 수 없는 문제다. “자신에게 적합한 공부 패턴을 찾기 위해 어떤 날은 밤 11시까지 공부한 뒤 새벽 5시에 일어나보기도 하고, 새벽 5시가 빠르다 싶으면 아침 7시에 일어난 후 몸 상태를 점검해 보는 거죠. 대략 3주 정도 테스트해보면 자신에게 맞는 공부 방법이 어떤 것인지 가늠할 수 있어요.”
정 씨는 이와 관련된 다른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딱 10분 동안의 집중력을 가진 학생이 있었어요. 그렇다고 10분 동안만 공부할 수 있는 노릇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정 씨는 이 학생의 부모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책상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식탁으로, 다시 식탁에서 침대로 그리고 다시 침대에서 책상까지 이렇게 돌아가면서 10분씩 도합 1시간씩 공부하는 시간이 되도록 만들어주세요”라고. 그 결과 아이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면서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을 수 있었다.
자기주도학습은 독학이 아니다… 반드시 멘토가 필요하다
앞서 정 씨는 자기주도학습이 일종의 훈련 프로젝트와 같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공부하기 위해 방향과 목표를 세우고 방법을 찾아내 실천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훈련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 씨는 “자기주도학습과 관련해 많은 부모님과 학생들이 오해하는 대목이 있다”며 “자기주도학습은 혼자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지만 절대 독학은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훈련하기 위해 숙달된 누군가가 꼭 필요한데 그게 바로 ‘멘토’임을 강조한다.
정 씨 역시 대학생과 중학생 아들을 둔 두 아이의 엄마로서 멘토의 역할을 다 하고 있다. “지금은 누구보다 자기주도학습에 대해 자신 있게 얘기하고 다니지만 사실 첫째 아이가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진학할 당시에는 ‘자기주도학습’이나 ‘멘토’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했어요. 첫째 아이의 경우 한창 학습태도가 만들어지는 시기에 제가 ‘멘토’로서 길을 잡아주지 못했던 측면이 컸어요. 그래서 현재 중학교 3학년인 아이에게는 올바른 멘토 역할에 충실하고자 같이 노력하고 있어요. 학업과 진로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조언도 해 주면서 진정한 대화 상대가 돼 가는 거죠.”
정 씨는 엄마이기에 앞서 학습 멘토로서 아이에게 다가갈 것을 충고한다. 그는 아이와 학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절대 사적인 관계로 접근하지 않는다. 공적인 대화라는 점을 염두해 두면서 멘토의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만약 아이의 공부 계획을 체크할 경우 집이 아닌 커피숍이나 찻집에 가곤 해요. 마치 회사에서 정례 브리핑을 받듯이 대해요. 부모와 자식으로서가 아니라 멘토와 멘티의 관계로 만난다고 있음을 암시해 주는 거죠. 말투도 존댓말로 바꾸면서 아이에게 긴장감이 들도록 해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죠.”
정 씨는 “굳이 부모님이 아니더라도 오빠나 언니, 학교 선생님, 친구들이 자기주도학습의 멘토가 돼 줄 수 있다”며 “멘토는 자신이 신뢰할 수 있고 공부량과 공부 방법에 대해 조언해 줄 수 있는 역할 그리고 나아가 인생 상담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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