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과정의 즐거움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아들을 연세대 보낸 오선명 씨
김준환
kjh@dhnews.co.kr | 2012-05-31 12:03:34
과정과 결과 중 어떤 게 더 중요한가. ‘과정·결과’ 논쟁은 철학에서도 해묵은 논쟁거리다. 오 씨는 “자녀 교육에서도 과정이냐 결과냐를 따져보는 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오 씨는 아이들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독서를 권장했지만 ‘몇 권을 읽어라’, ‘독후감을 반드시 써야 한다’, ‘글쓰기 대회에 참가해라’ 등 결과지향적 독서 패턴을 강요하지 않았다. 책을 읽고 책에서 나타난 의문을 그냥 던져버리지 않고 그것을 해결할 때까지 끊임없이 이어가는 독서를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과정에서 오 씨의 역할은 아이들이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였다. “독서 과정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가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공부를 즐기는 노하우도 생겼다고 확신해요. 독서가 아이들의 자기주도적 학습태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과정의 즐거움을 발견한 아이들에게 결과의 즐거움도 자연스레 따라왔다. 큰 아들은 중학교 시절엔 장르를 불문하고 부산교육청에서 주는 상을 거의 휩쓸었고 전국 토론대회에서는 금상을 탔다. 고등학교 때는 영어말하기상, 글쓰기상, 네팔봉사상, 학업부문 교육감상 수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작은 아들 역시 고교 시절 문인협회 주최 글쓰기 분야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는 학습과정의 즐거움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오 씨의 교육 철학이 빚어낸 결과다.
“과정 위주의 학습을 장려하는 것은 아이의 내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죠.” 아이들의 성취감과 자신감을 높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게 됨으로써 학습 집중력도 높일 수 있다는 게 오 씨의 설명이다. 오 씨의 아이들은 어떤 일을 하든지 계획을 먼저 세우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시험 공부는 물론이거니와 글을 쓰거나 무엇을 설계할 때도 자신이 할 내용을 종이에 적어 놓고 그것을 하나하나 성취해 나간다는 것이다. 어려운 일에 직면할 때에도 처음부터 남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보다 다각도로 검토해보고 해결 방안을 찾는다.
“부모는 아이의 첫 번째 선생님”
‘부모는 아이의 첫 번째 선생님’이란 말이 있다. 부모가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자녀에게 그대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가정 교육이 제대로 돼야 학교 교육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부모’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오 씨는 불혹의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대학원에 들어가 워킹맘으로서 공부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줬다. “제가 억지로 공부하라고 하지 않아도 엄마의 모습이 모델링이 돼 자연스럽게 공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오 씨는 대학원 시절 공부했던 얘기를 잠시 들려줬다. “당시 유아들을 대상으로 몬테소리 교육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유아교육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조금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처음 배운 컴퓨터 실력으로 혼자 끝까지 논문을 써가며 유아교육석사학위를 땄어요.” 이후 오 씨는 부산여자대학 평생교육원 몬테소리학과 강사로 2년 동안 강의를 나갔지만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소홀할까봐 강의를 그만뒀다. 강의를 그만둔 이후에도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유아들에게 적용시킬 교수법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철학적사고연구회 회원으로 몬테소리교육에 대한 심화 연구를 계속 이어갔다. 오 씨의 얘기대로 엄마가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다.
부모는 안내자의 역할이면 충분
아이가 자기주도적학습 태도를 몸에 배게 하려면 무엇보다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행히 오 씨의 아이들은 초중고 시절 줄곧 상위권을 유지해 특별히 “공부하라”고 잔소리 할 필요가 없었다. 다만 아이들이 스스로 계획하며 학습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 각별한 신경을 썼다. 만약 성적이 떨어지거나 아이들이 세운 계획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분석, 평가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시행착오를 거쳐 자신들의 목표를 향해 가도록 안내자의 역할을 한 셈이다.
자녀의 모든 것을 부모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얼마만큼 될까? 모르긴 몰라도 자녀의 학비와 생활비, 대학졸업에서 취업까지 심지어 결혼까지 책임져야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대다수일 터. 하지만 오 씨의 교육관은 다르다. 아이들이 모든 일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자신들의 선택에 책임질 수 있도록 했다. “큰 아이가 중학교 때 언어영재원에서 뽑혀 공부를 했는데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민사고와 국제고를 두고 한참 고민했었죠. 가족의 가치를 더 소중히 여긴 아이는 주말마다 집에 오고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선시 해 국제고를 선택했어요.”
작은 아들 역시 중요한 선택을 할 때 부모의 의견을 참고하되 최종 판단은 스스로의 몫이었다. “큰 아들은 소위 말하는 SKY 대학에 들어갔지만 작은 아들은 여기에 못 미쳤어요. 아쉽지만 결국 자율적인 선택을 존중해 재수를 택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대로 서울 소재 대학의 자율전공학과에 입학했어요.” 여기에는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아빠의 경험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부모의 고집대로 아이의 선택을 지나치게 강요하는 것은 잔소리로 들린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빠를 비롯해 저는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노력했죠.” 이를 위해 생활 속에서 일관성 있는 교육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여겼다. “친가 모임이 1년에 4~5회 정도 있는데 비록 시험기간이라 하더라도 중요한 가족 행사가 있을 경우엔 연로하신 할머니를 꼭 찾아뵀어요.” 오 씨는 “부모의 예절 교육 역시 안내자의 역할로 중요한 부분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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