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학의 어젠다 만들어 정책 수립에 적극 목소리 낼 것”
[특별인터뷰]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인천재능대학교 총장)
정성민
jsm@dhnews.co.kr | 2012-05-29 11:29:01
최근 변화가 전문대학의 위상 강화와 발전상을 잘 보여준다. 교명에 ‘교’자를 붙일 수 있게 된 것과 기존 ‘학장’ 명칭이 ‘총장’으로 변경된 것이 대표적. 하지만 더욱 의미 있는 변화는 전문대학 구성원들 스스로의 자긍심 향상이다.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6년간 전문대학을 경영하고 있는데 최근 전문대 학생들이 자긍심을 갖는 것 같고 2년 전에 비해 학생들의 대학생활이 달라졌다”면서 “기업체 등에서도 전문대 출신에 대해 ‘좋다’는 평가를 많이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대학의 위상 강화와 발전은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정부가 취업을 주요 정책과제로 삼고 있는 점에서 높은 취업률을 보이는 전문대학은 ‘효자’인 셈. 실제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이하 교과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11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에서 전문대학은 평균 취업률 60.7%를 기록, 4년제 대학(54.5%)을 앞섰다. 따라서 ‘전문대학의 위상 강화와 발전’→‘전문대학에 대한 인식 변화와 우수 인재 유치’→‘실용교육을 통한 명품인재 양성’→‘취업률 향상과 산업체 기여’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는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큰 이득이다.
전문대학은 그간의 성과를 토대로 더 힘찬 날갯짓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전문대학들의 협의체인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2·19 대선을 앞두고 오는 6월에는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차원에서 대선 어젠다(agenda·의제)도 발표할 예정이다. 과거에 비하면 놀랄 만한 변화다. 이 회장은 “새로운 정부가 구성되기 전에 정책 수립과정에서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내용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회장 임기를 시작한 지도 2년이 가까워 오고 있다. 재임 중 주요 성과라면 어떤 것들이 있나.
“아직 임기 중이고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 많아 주요 성과라고 말하기는 다소 쑥스럽다.(웃음) 그래도 주요 성과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전문대학의 정당한 방향설정과 올바른 자리매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기존 학장에서 총장으로 명칭이 전환된 점과 교명에 ‘교’자를 붙일 수 있게 됨으로써 대학교란 교명을 사용하는 점이다. 또한 ‘산업체경력없는’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 설치로 더욱 다양하고 깊게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 간호과 4년제 수업연한 도입은 향후 전문대학에서 수업연한 다양화가 필요한 학과들이 법적인 테두리에 들어올 수 있는 교두보가 됐다. 이 모든 것이 전문대학인이 함께 기뻐해야 할 성과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설치 등을 통해 전문대학 교육의 질적 평가 수준과 중요 정책을 연구·개발할 수 있는 기초적 시스템을 만들었다.”
최근의 성과에는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는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전국 141개 전문대학의 이익과 전문대학인의 목소리를 하나로 묶어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협의체 기구다. 최근의 주요 제도 개선은 전문대학이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선행돼야 할 내용이었다. 회장으로서 대학 현장 의견을 수렴해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제도 개선의 정당성을 정부와 국회에 제안, 관철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앞으로도 더욱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전문대학의 외형적 성과가 사회적 또는 국민적 인식 변화로 이어졌다고 보나.
“전문대학에 대한 인식이 한번에 변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의 노력을 알아줄 때가 오리라 믿는다. 지금 ‘아 예전에는 전문대학이 아예 ‘교’자 명칭을 사용할 수 없었구나, 전문대학에도 4년제 학과가 있구나, 전문대학만의 독특한 학과에서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구나’하는 사실 전달은 확실히 된 것 같다. 여담이지만 교육 담당 기자 분들로부터 전문대학에 대해 새로운 사실도 알고 공부를 많이 하게 됐다는 말을 듣고 있다.”
전문대학의 위상 변화에 대해 실감하는 부분도 있을 텐데.
“총장을 맡고 있는 인천재능대학교에서 ‘산학협력의 날’을 열고 있다. 인천재능대학교 학생들이 취업하는 산업체나 기관의 CEO, 인사담당자를 초청해 감사의 뜻을 표하는 자리다. 매년 행사를 하는데 CEO, 인사담당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행사에 참석하려 한다. 또한 대학에 고마움을 표한다. 이 같은 분위기로 봐서는 전문대학의 위상 변화가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 전문대학 교수는 전문대학이 현 정부로부터 사생아 취급을 받았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는 현 정부의 전문대학 정책에 대한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지 않나.
“사생아라는 말은 아마도 그동안 상대적으로 정책적 소외감에서 오는 전문대학인들의 서운함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즉 사회적 구조에서 나타나는 학력·학벌중심의 차별적 폐해, 직업교육에 대한 무관심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현 정부는 전문대학에 대한 제도개선과 함께 전문대학에 대한 경쟁력 향상을 위해 WCC 같은 우수 전문대학 육성에도 힘을 써왔다. 또한 이주호 장관님도 전문대학에 대한 애정을 표현해 왔다. 하지만 근본적인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비전과 어젠다가 제시되지 않아 (현 정부의 전문대학 정책은) 미완의 진행형으로 봐야 되지 않을까 싶다.”
현 정부의 전문대학 정책에 대한 한계는 결국 다음 정부에서의 전문대학 정책에 대한 주문으로 이어지지 않겠나.
“전문대학의 최우선적 목표는 선진화된 직업교육시스템으로 실력 있는 전문직업인을 양성해 사회와 기업의 인정을 받는 것이다. 이는 전문대학만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국가적 난제인 청년실업 문제를 비롯한 일자리 창출 문제, 중소기업 경쟁력 문제, 소득 양극화에 따른 사회 안전망 문제 등을 놓고 교육시스템에서 어떻게 해법을 찾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고등직업교육기관인 전문대학의 책무성이라고 본다. 통계청의 ‘2011 사회조사’에서 나타났듯이 우리나라 국민 45%가 ‘하층민’이라고 느끼고 있다. 이는 심각한 가난의 대물림, 높은 실업률, 허술한 사회안전망으로 인해 공정한 능력중심사회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일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능력중심사회 접근을 위해 다양한 교육체제와 프로그램 개선이 시급하다.”
“먼저 소질과 적성을 간과한 현행 입시체제 개선과 고도화 된 산업사회가 요구하는 인력 양성을 위해 고등직업교육체제를 개혁해야 한다. 고등직업교육체제를 개편해 초·중등에서부터 소질과 적성에 따른 진로교육으로 개인의 선택권과 행복권을 만들어 줘야 할 것이다. 그 일환으로 현행 고등교육법상에서 전문학사부터 학사과정까지 운영할 수 있는 전문대학 관련법을 정비해 실질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다양화 되도록 해야 한다. 즉 수업연한을 1년에서 4년까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학부과정 정비와 함께 실질적인 산학협력체제 모델을 실현하기 위해 전문석사과정을 설치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직업교육의 축이 제대로 갖춰짐으로써 선진국 수준의 직업교육과 경쟁력을 갖도록 해 줘야 할 것이다.
둘째 향후 초고령화 사회에 따른 노동인력 부족 문제와 다양한 산업 트렌드 변화에 따른 평생학습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을 통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부처의 통합 검토와 함께 가칭 ‘직업교육훈련기본법’ 제정이 요구된다.
셋째 사회 양극화에 따른 가난의 대물림으로 소외계층 자녀가 생기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사회안전망 장치의 개선이 필요하다. 직업교육을 받고 있는 많은 학생들이 대상이라고 보면 된다. 이들에게 정부가 책무성을 갖고 교육 복지 차원의 지원을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직업교육기관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교육인프라 조성에 대한 획기적 투자와 재학생들에 대한 교육비가 우선 지원돼야 할 것이다.”
최근 4년제 대학에서도 취업과 맞물려 실용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 간 경계선이 모호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대학만이 갖는 강점이라면.
“지금껏 전문대학은 산업 변화와 사회 요청에 따라 매우 순발력 있게 실무능력을 갖춘 고등직업 산업인력을 양성해 왔다. 덩치가 큰 대학이 4년제 일반 대학이라면 덩치가 작은 대학이 전문대학이다. 따라서 덩치가 작은 전문대학은 일반 대학보다 변화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다. 사람도 체격이 너무 크면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지 않나. 덩치가 작은 전문대학은 4년제 대학보다는 사회 변화에 적응하기 훨씬 적합하다.”
취업률에 있어서도 전문대학이 4년제 대학에 비해 경쟁력이 있지 않나.
“그렇다. 현장 중심의 실용교육을 통해 나타난 높은 취업률도 전문대학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본다. 특히 현장에 맞는 직업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주문식교육과 실습 위주의 교육과정으로 교과과정을 개선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해왔던 장점이 분명 있다. 앞으로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특화된 학과 운영과 현장맞춤형 교육에 더욱 집중하면 전문대학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문대학 총장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을 맡고 계신 만큼 전문대학 출신들에 대한 자부심도 남다를 것 같은데.
“전문대학 출신들에 대한 강점으로 일반 대학 출신에 비해 빠른 적응력을 갖춘 실무 능력을 말한다. 하지만 전문대학 출신의 강점을 솔직히 ‘끼’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원하는 학과, 배우고 싶은 분야에 지원한 학생들에게는 이런 끼가 확실히 느껴진다. 거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전문대학 출신들은 일찍부터 취업에 대한 목표 의식과 지식 습득력이 어느 집단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전문대학 출신들이 더욱 갖췄으면 하는 덕목이 있다면.
“자신의 청춘을 바치고 열심히 공부해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실력도 기본이지만 올바로 된 인성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에서도 전공능력과 스킬(Skill)보다도 현장에 적응하는 ‘태도’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런 점에서 현재 예의부터 자기 표현력, 기획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본 교양교육에서부터 직업기초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과정 개발과 운영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기초학습능력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에 많은 고민과 해결방법이 강구돼야 한다. 이를 위해 협의회 차원에서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대학의 국가적,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4년제 대학의 평균 취업률이 전문대학보다 떨어진다. 건강보험에 가입된 숫자로 보면 약 7% 정도 차이가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취업한 숫자는 전문대 학생들이 더 많다. 따라서 실제로는 10% 정도 이상은 차이난다고 본다. 4년제 대학의 학비는 3000만 원 정도다. 전문대학은 1206만 원 수준이다. 지금 같은 청년실업을 고려하면 전문대학을 찾아 취업에 우선하는 분위기가 돼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을 비교하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비율이 1.67배 정도 전문대학이 많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학비가 적게 들고, 수업연한도 짧고, 나오면 바로 취업될 수 있고 이런 쪽으로 방향을 잡도록 사회나 정부, 학교 기관이 도와주는 것이 국가적으로 봐서 낭비를 줄이고 오히려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전문대학 발전을 위해 또 필요한 것이라면.
“장학재단이나 장학기금 운용 기관의 경우 장학금 지급 대상을 대체로 4년제 대학에 맞추는 경향이 많다. 4년제 대학에 지원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지만 절반 정도는 전문대학에 지원하면 금액으로 봐서 더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이런 부분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향후 중점적으로 추진할 정책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린다.
“치열한 지구촌 경제 상황에서 전문대학은 대한민국의 허리와 꼼꼼한 손발이 될 수 있는 고등직업 인재를 키워나가는 메카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직업교육을 받게 되면 희망이 보이고, 국가적으로 보면 각 사회분야에서 쓸모 있는 인재가 양성돼 국가 동력으로서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는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전문대학이 거듭나야 한다. 차기 정부에서는 반드시 직업교육에 대한 비전과 실천적 어젠다를 만들어 줘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회장으로서 미력하나마 모든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 지켜봐 달라.(웃음)”
[ⓒ 대학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