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숙명여대, 학생들을 생각하라"

재단 vs 학교, 갈등 최고조…'한 지붕 두 총장' 초유 사태<br>학생들 학습권 침해 우려, 조속히 사태 수습돼야

정성민

jsm@dhnews.co.kr | 2012-03-26 16:40:34

숙명여대가 개교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기부금 위장 전입으로 불거진 재단과 학교 측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한 지붕 두 총장'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또한 재단과 학교 측의 갈등은 이경숙 전 숙명여대 총장과 한영실 현 숙명여대 총장의 대립으로 해석되면서 일각에서는 정치적 해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조속한 사태 수습이 요구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지난 20일 숙명학원 이용태 이사장과 전·현직 감사, 이사 등 총 6명에 대해 임원 승인 취소를 통보했다. 이유는 숙명학원이 기부금을 재단 전입금으로 위장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 교과부에 따르면 숙명학원은 지난 1995년부터 2009년까지 15년 동안 기부금 685억 원을 재단 전입금으로 편법 전환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교과부는 숙명학원이 사립학교법을 어겼다고 판단, 이사장을 비롯한 총 6명에 대해 임원승인 취소 통보를 했다.


그러자 숙명학원 이사회는 지난 22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한영실 총장을 전격 해임했다. 이에 학교 측은 "재단 이사회가 예정에 없던 총장 해임안을 상정해 의결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곧바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결국 사태는 '한 지붕 두 총장'이라는 숙명여대 초유의 상황을 초래했다. 숙명여대 재단 이사회로부터 총장 서리로 임명받은 구명숙(한국어문학부) 교수와 한 총장의 직무를 대행키로 한 조무석 대학원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구 교수는 지난 23일 총장실 접수를 시도했다 무산된 뒤 26일에도 지지 교수들과 함께 총장실을 접수키로 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일단 유보했다.


이처럼 숙명여대가 개교 이래 최대 위기를 맞게 된 배경에는 이경숙 전 총장과 한 총장의 대립 구도가 작용했다는 게 숙명여대 안팎의 분석. 현재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 전 총장은 무려 4차례(14년 6개월)나 연임하며 숙명여대 발전에 입지전적인 역사를 만들어냈다. 2008년 이 전 총장의 뒤를 이어 취임한 한 총장도 사실은 이 전 총장의 후계자로 평가받았다.


표면상 문제가 될 게 없어 보였던 이 전 총장과 한 총장의 관계는 서서히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이유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이 전 총장이 학교를 떠난 뒤에도 막후정치를 하자 한 총장이 반발, 양 측의 대립이 불거졌다는 게 대학가에서 보는 시각이다. 즉 숙명여대 재단 이사회는 대부분 이 전 총장의 측근이나 지인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이 전 총장이 마음만 먹으면 재단 이사회를 통해 한 총장과 학교 측을 압박할 수 있는 가능성은 크다. 이 전 총장의 막후정치설, 개입설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적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일종의 친이계와 친박계의 싸움이다. 즉 이 전 총장은 소망교회를 다니며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을 쌓았고 2008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그러나 한 총장은 유정복 의원 등 친박 인사들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 총장이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을 맡은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숙명여대는 분명 개교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화여대와 함께 여대를 대표하는 자부심 또한 최근 일련의 사태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따라서 숙명여대 구성원들은 물론 외부에서도 우려의 시선이 깊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가장 우선시돼야 할 대상은 바로 학생들이다. 깊어가는 내홍과 대립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 오직 학교를 믿고, 재단을 믿고 자신의 소중한 청춘의 한 때를 보내고 있는 학생들이 무슨 잘못이 있단 말인가!


더욱이 올해에도 대학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정부 재정지원사업 평가가 기다리고 있다. 2013학년도 입시도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재단과 학교가 힘을 합쳐 학교 발전과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해 고민해도 부족한 현실이다. 때문에 숙명여대는 조속히 정상적인 모습을 찾아야 한다. 바로 이것이 지금 이 순간에도 '숙명여대'라는 브랜드를 믿고 강의실과 도서관에서 묵묵히 미래의 여성 리더를 꿈꾸며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길임을 재단과 학교,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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