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 전형의 문제점과 발전적 방안
대학저널
webmaster@dhnews.co.kr | 2011-01-06 15:07:39
입학사정관 전형이 우리나라 대학입학전형 제도에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입학사정관의 능력과 그에 대한 신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왜냐하면 입학사정관은 학교생활기록부 교과 성적 같은 정량적인 평가에도 관여하겠지만, 이보다는 잠재 능력과 창의성, 인성 등 정성적인 평가에 주안점을 두고 전형 유형과 선발 방법 등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과 이를 대학입학전형에 적용하고 평가하는 업무에 비중을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에 입학사정관 전형이 도입된 지 3년에 불과해 아직은 입학사정관의 역량이 뛰어나다고 볼 수 없고 연구·개발에 좀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인 것 같은데, 정부는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한 재정 지원금을 도입 첫해인 2007년에 20억 원을 지원했던 것을 2010년에는 350억 원으로 무려 17.5배로 늘려 대학이 입학사정관 전형을 크게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었다.
이렇게 정부가 재정 지원금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주고, 대학은 이에 부응해 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을 지나치게 증원(수시 모집의 경우 2009학년도 4,476명에서 2011학년도 34,408명으로 증원)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게 되었다.
그 첫 번째의 문제점으로는 입학사정관의 역량 부족은 물론, 입학사정관의 수적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위촉 입학사정관을 대량 양산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입학사정관 전형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입학사정관의 역량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데,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자들을 위촉 또는 계약직으로 충원하고 있고, 전문 입학사정관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아 신분적 불안과 함께 역량을 제대로 쌓아갈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입학사정관 전형은 입학사정관들이 지속적으로 연구하여 대학의 건학이념과 인재상, 교육철학 등에 맞는 전형을 개발해야 하는데, 기존에 있던 전형들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전환하여 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와 대학이 외형적인 규모 확대와 실적 위주로 입학사정관 전형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과 통하는 것으로 2010학년도까지 입학사정관 전형과 입학사정관 참여 전형으로 구분하여 발표했던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시행 3년 만에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사교육 유발을 방지한다는 취지를 포함한 ‘입학사정관제 운영 공통기준’을 발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또한 입학사정관 전형의 평가 방법과 평가 요소 등이 명확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점도 들 수 있다. 이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입학사정관제 운영 공통기준’을 발표하면서 입학사정관 전형의 평가 요소와 기준, 평가 자료 등을 예시했다는 것과 대학이 제시한 입학사정관 전형의 선발 방법을 보면 1단계 서류평가, 2단계 1단계 성적과 면접고사 등으로만 표기하고 구체적인 사항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만을 봐도 알 수 있다.
이밖에도 대학입학전형이 진행되는 당해 연도에 입학사정관 전형을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과 학교생활기록부 교과 성적에 비중을 많이 두고 있다는 점(예컨대 연세대 진리·자유 전형처럼 1단계에서 학교생활기록부 교과 성적으로 3배수를 선발하는 것), 언론에 지나치게 특이한 합격 사례만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 평가 방법에 대한 신뢰와 객관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 사교육을 막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사교육 시장을 여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 등도 문제점으로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입학사정관 전형이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있을까를 깊이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아래 제시하는 것들은 개인적인 의견으로 시행에 있어서는 좀더 구체적이고 현실성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듯싶다.
첫째, 입학사정관들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재교육 시스템을 마련하고, 신분도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현재 90% 정도에 이르는 위촉 입학사정관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방안을 모색했으면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을 대학의 여건에 맞게 조정하거나 축소할 필요가 있다. 현재 입학사정관 전형과 관련해서 거론되고 있는 문제점들을 보면, 그 근본적인 원인은 짧은 기간에 지나치게 선발 인원을 확대하고, 역량이 부족한 자들을 입학사정관으로 임명함에 따른 경우가 많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반드시 입학사정관의 역량을 검증하고 그에 걸맞게 입학사정관 전형을 운영토록 교육당국은 지도했으면 한다.
둘째, 입학사정관 전형을 새로 실시하는 대학은 최소 2년 동안은 동일 전형을 시범적으로 운영해 보고, 그 운영 및 진행 절차에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한 다음 입학사정관 전형을 본격적으로 실시하도록 권고했으면 한다. 최근 대학이 발표한 입학사정관 전형들을 보면 상당수 대학이 기존에 실시했던 전형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변경해 선발하는 경우가 많아 무늬만 입학사정관 전형이라는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어 새로운 전형을 개발하고 연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을 둘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셋째, 입학사정관 전형의 유형을 세부 전형으로 구분하여 분류했으면 한다. 현재 시행되고 입학사정관 전형을 보면 일반 전형뿐만 아니라 특기자 특별 전형, 대학별 독자적 기준에 의한 특별 전형, 정원외 특별 전형인 농·어촌 학생, 전문계 고교 출신자, 기회 균형 선발 등 모든 전형을 아우르고 있는데, 이를 현행 ‘대학별 독자적 기준에 의한 특별 전형’처럼 지원 자격을 기준으로 전형을 유형화하고 모집요강에도 꼭 명시했으면 한다.
또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도 입학사정관 전형을 대학이 발표한 전형 유형 명칭 그대로 소개하기보다는 대학이 발표한 전형 명칭과 함께 분류 유형(중분류, 소분류)으로 제공하여 일선 학교와 학생, 학부모가 어떤 유형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알려줬으면 한다.
넷째, 현재 대학이 발표한 입학사정관 전형의 지원 자격을 보면, 두루뭉술한 경우가 많다. 어떤 학생의 지원을 요구하는 것인지 파악할 수 없고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선 학교와 학생, 학부모가 해당 입학사정관 전형이 어떤 학생을 요구하고, 대학이 바라는 인재상과 평가 기준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모집요강에 지원 자격을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표기했으면 한다.
다섯째, 현재 입학사정관 전형은 전형의 형태로 실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대학의 특정 학과 또는 특성화학과에서 실시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면 한다. 다시 말하면 대학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학과의 전체 모집 정원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하는 방안을 모색했으면 한다. 왜냐하면 특성화학과는 대학이 추구하는 지향점과 교육이념, 육성하고자 하는 인재상 등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아 입학사정관제의 도입 취지에 상당 부분 부합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섯째, 대학이 입학사정관 전형을 실시할 때는 최소 2년 전에 일선 고교와 학생, 학부모에게 알리는 2년 사전 예고제로 운영했으면 한다. 입학사정관 전형의 경우 자기소개서, 학업계획서, 각종 증빙 자료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들 전형 자료는 단기간에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당 기간 준비하고 경험이 축적되어야만 작성이 가능한 것들이다. 이에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이에 맞추어 계획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입학사정관 전형의 모집요강은 시행 2년 전에 발표했으면 한다.
이렇게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충분히 둔다면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데에도 적잖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자료가 지속적으로 축적되면 대학도 정성적인 평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일곱째, 대학이 자율적으로 입학사정관 전형을 정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교육당국의 간섭이 최소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좋은 예는 아니지만,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입학사정관제 운영 공통기준’ 같은 것은 대학이 건학이념이나 교육철학, 모집단위의 특성에 맞는 입학사정관 전형을 개발하는데 저해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나 교육당국은 지나치게 과열되거나 정서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킬 사안이 아니면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발 기준을 정하고 이를 이행할 수 있도록 관망했으면 한다. 예컨대 사교육을 유발시킨다는 이유만으로 ‘입학사정관제 운영 공통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또 다른 편법과 문제를 유발시킬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고교 내에서 학교생활기록부로 인한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어 더욱 그렇다. 다시 말하면 고교 1학년 때 기록된 학교생활기록부 내용이 고2, 고3까지 영향을 끼쳐 선입견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학생들이 생길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덟째,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금은 대학이 입학사정관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인건비나 운영 경비가 아니라 새로운 입학사정관 전형을 연구·개발하는 데 한해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했으면 한다. 현재 정부가 지급한 재정 지원금의 상당 액수는 입학사정관 인건비와 운영 경비로 쓰이고 있다. 이렇게 재정 지원금이 쓰이다보니 대학은 새로운 입학사정관 전형을 연구·개발하기보다는 기존에 있던 전형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변경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된 것이다. 입학사정관 전형이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에 주력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금의 사용 범위를 제한했으면 한다.
아홉째, 대학이 입학사정관 전형 선발 우수 사례를 발표할 때 보편적인 학생들이 이루기 어려운 특이 사례 위주로 발표하는 것을 자제했으면 한다. 특이 사례는 언론 보도용으로는 효용 가치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이 남의 이야기로만 간주하고 준비를 소홀히 하거나 기피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이 사례를 소개하는 것도 좋지만, 입학사정관 전형의 평가 항목과 평가 기준, 성적 산출 방식, 면접고사의 출제 방향 등을 구체적으로 예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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