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과 천안함,그리고 ‘무의식의 세계’
김현옥
webmaster@dhnews.co.kr | 2010-04-13 18:50:42
세계 최대 호화 유람선 타이타닉호는 대서양을 순항하고 있었다. 타이타닉에는 노동자에서 상류층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빙산이 선체에 구멍을 뚫자 타이타닉호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탈출을 시도하지만 구명정에 탈 수 있는 승객은 제한되어 있었다. 국제법에 따라 조난 선박 타이타닉은 어린이, 노약자, 여성 등의 순서로 탈출을 시도한다.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은 배가 기우는 순간까지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한다. 그때 유명한 찬송가 'Nearer my God to Thee'(내 주를 가까이하게 함은)이 악사들로부터 연주된다. 선장과 선원은 음악을 들으며 배와 함께 최후를 맞이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인 1912년 4월 14일, ‘신(神)도 침몰시킬 수 없는 배’라고 언론에 소개되었던 타이타닉호는 영국을 떠나 미국으로 가던 중 빙산과 충돌, 1,517명이 사망하는 참사를 냈다. 당시 타이타닉 승무원들은 출항 전에 쌍안경이 비치된 곳의 열쇠를 인계받지 못해 맨눈으로 한밤중 컴컴한 바다에서 다가오는 빙산을 식별해야 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인재(人災)인 셈이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대자연의 힘을 상징하는 '티탄'(Titan)을 좇고자 했던 타이타닉은 결국 자연의 힘 앞에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지난해 5월 타이타닉의 마지막 생존자였던 밀비나 딘 여사가 97세를 일기로 사망하면서 타이타닉은 이제 역사로만 남게 되었다. 지난 3월 26일, 대한민국 서해에서 천안함이 침몰하는 사고가 났다. 사고원인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여 쉽사리 결론이 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배가 노후 됐다, 암초에 걸렸다. 외부 공격이다, 내부 분란이다 등 말들이 많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꽃다운 46명의 청춘들이 차가운 바다 속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다.이유에 어찌됐든 사고의 원인(遠因)은 지구상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가라는 서글픈 현실이다. 분단의 고리를 끊어내지 않고서는 제2의 천안함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무시하고 감정적으로 대처하거나 대증요법만 내놓는다면 폭력의 악순환을 떨쳐낼 수 없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정신구조를 빙산에 비유했다. 우리가 흔히 ‘빙산의 일각’이라 부르듯 바다 위에 떠 있는 빙산의 모습은 부분에 지나지 않고, 수면 밑 빙산의 나머지 부분이 전체를 이룬다. 그는 정신의 작용에서 의식의 세계는 전체의 10퍼센트 정도일 뿐이며, 나머지 90퍼센트의 무의식이 정신작용을 지배한다고 말한다. <프로이트&라캉, 무의식에로의 초대>(김영사)는 여러분을 타이타닉호에 태우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항해한다.
프로이트; 그래. 자네가 진행하는 세미나가 파리 지식인들의 새로운 만남의 장이 되고 있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내 명성을 능가한다며?
라캉; 아직 선생님과 견줄 정도는 아닙니다만 푸코, 들뢰즈 등 괜찮은 친구들이 많이 참석하고 있습니다. 정신분석에 관한 기본 이론에서 선생님은 이 시대의 소크라테스이지요. 아니, 저기 융 박사님 아닌가요.
융; 사실, 어젯밤 꿈을 꾸었는데 몹시 불안해서 이렇게 서성이고 있어요. 칠흑 같은 밤 어느 고성 앞에 저 혼자 서있는데 갑자기 성이 불타고 하늘이 열리면서 세 명의 천사를 따라 많은 사람이 내려오는 꿈이었어요. 너무 생생해서......
프로이트; 불과 많은 사람들을 봤다면 큰 전쟁이라도 생기겠는걸. 아니면 이 배에 불이라도 나든지. (갑자기 타이타닉호 선체가 무언가에 긁힌 듯 굉음을 울리며 흔들린다)
라캉; 빙산이 맞네요. 뭔가 일이 생긴 듯합니다. 한 치 앞을 보지 못하는 게 인간이지요.
프로이트; 그렇지! 저 빙산처럼 물 위에 떠 있는 부분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큰 것이 무의식이지. 이성을 좌초시키는 것도 언제나 무의식이고 말이야.
라캉; 그러고 보니 우리가 함께 타고 있는 이 배의 운명이 마치 죽음 충동으로 치닫는 무의식적 욕망을 보여주는 것 같네요.
프로이트; 그러고 보니 융이 꾸었다는 꿈이 현실처럼 되었군. 인간의 운명이란 참......
<김현옥 기자 fargo3@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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