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의 생태학, 정창기 회화가 여는 상호극성의 사회학
- 뉴욕 케이트 오 갤러리서 열린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평’
- 생태문명 시대, 한국적 색채와 서구 추상의 조화로 공생의 미학 제시
강승형 기자
skynewss@nate.com | 2025-09-01 18:11:18
8월 24일부터 30일까지 뉴욕 케이트 오 갤러리에서 열린 정창기의 개인전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평》은 단순한 미술 전시가 아니라 생태학적 성찰과 사회적 사유를 이끌어내는 사건이었다. 그의 회화는 눈앞의 장식적 스펙터클을 넘어선다. 그것은 우리를 세계의 유기적 질서와 다시 관계 맺도록 초대하는 몸짓이자, 분열된 시대를 위한 위안과 도발의 언어다. 서예적 전통과 명상의 침묵 속에서 다져진 그의 붓은 캔버스를 단순히 채색하는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마치 밭을 갈고 사고를 경작하는 농부의 손과도 같다. 인내와 절제, 그리고 변화에의 의지를 품은 생태적 실천이 그 붓끝에 깃들어 있다.
정창기의 작업은 음양의 우주론과 전통 산수화의 여백을 단순한 유산의 인용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현대적 추상 언어 속에서 다시 태어난 존재의 구조다. 한국적 색채의 생생한 맥동은 서구 표현주의의 강렬한 호흡과 어우러지며, 문화적 이질성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창조한다. 이 상호극성의 조율은 그가 지향하는 실천의 본질이다. 생명이 균질한 순수성이 아니라 차이의 교차에서 번성한다는 깨달음이 그의 회화에 스며든다.
사회학적 시각에서 볼 때, 그의 예술은 생태문명의 비전과 공명한다. 그것은 문화, 정치, 자연이 더 이상 분리되지 않고 같은 거미줄의 실로 엮여 있는 질서를 상상하도록 한다. 그의 회화는 철학의 도식이 아니라 관계성의 수행이다. 붓이 안료의 층을 가로지르며 춤출 때, 그 움직임은 사적인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세계를 새롭게 짜는 공적 제의이며, 공허와 형태,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혁신이 대화하는 우주를 열어젖힌다.
2023년 파리 개인전 《poesie》에서 프랑스 비평가들이 그의 작품을 “사고의 회화”라 명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의 캔버스는 단순한 미학적 대상이 아니라 철학적 행위자다. 시와 서예, 이미지가 수렴해 집단적 상상력의 새로운 양식을 낳는 장소가 된다. 그것들은 오리엔탈리즘의 표면적 소비를 거부한다. 뿌리를 부정하는 대신, 그것들을 지구적 대화의 하늘을 향해 뻗어나가는 가지로 전환한다.
정창기의 회화에서 사회학이 배우는 점은 명료하다. 예술은 단순히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미래를 실험하는 실험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유기적 회화는 해답을 선포하지 않는다. 오히려 공생의 모델을 제시한다. 색과 공허, 역사와 즉시성, 개인과 집단 사이의 균형을 탐구하며, 생태적 붕괴와 문화적 분열을 넘어설 새로운 윤리를 암시한다.
뉴욕이라는 세계 도시가 그의 비전을 수용하면서, 도시 자체가 상호극성의 장으로 변모한다. 그의 회화는 세계화가 획일화를 의미할 필요가 없음을 일깨운다. 그것은 배제 없는 얽힘, 차이를 보존하면서도 직조되는 행성적 문화가 될 수 있다. 갤러리의 아담한 공간을 걷는 경험은 하나의 의례적 통과의례와 같다. 벽에 걸린 그림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공생의 공간에 거주하는 법을 배우게 하고, 지속 가능한 문명을 상상하도록 이끄는 복합체다.
정창기의 화면은 파동처럼 일렁인다. 표면은 물결치고, 수축하고, 팽창하며 끊임없이 에너지를 방출한다. 그 회화는 혼돈과 질서의 경계에서 살아 있는 유기체로 숨 쉰다. 불안정 속에서 질서를 모색하는 이 움직임은 생명과 사회, 그리고 사고의 본질을 닮았다. 간섭과 조화가 동시에 존재하며, 최종적 휴식이 없는 운동. 고정된 땅이 아니라 진동 위에 세워진 문명. 그의 회화는 이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결국 그의 예술은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공생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색채와 공허, 역사와 현재, 개별성과 공동체가 교차하는 균형의 윤리를 그린다. 관객은 그 속에서 모순을 견디는 법을, 부재 속에서 형태를 발견하는 법을, 그리고 차이를 포용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상상하는 법을 배운다. 이것이 정창기의 회화가 우리 시대에 건네는 메시지다.
평론: 알버트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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