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실패학 : 왜 시민은 불안해지고 배제되는가’ 출간
임춘성 기자
ics2001@hanmail.net | 2026-04-30 16:44:46
『행정실패학』이 말하는 행정실패는 단순한 사업 좌초나 정책 목표 미달이 아니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불합리한 관행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거나, 비효율적인 제도를 손대지 않고 방치하거나, 특정 집단의 압력으로 예산과 정책이 왜곡되는 것을 묵인하는 순간 자체가 이미 실패라고 정의한다. 이런 실패는 통계와 언론, 감사 결과에 잘 잡히지 않기 때문에 더 위험하며, 구조 속에 흡수돼 반복된다는 점에서 ‘사건’이 아니라 ‘환경’이 된다.
책은 행정실패를 유형화해 “실패가 어떤 얼굴로 나타나고 왜 비슷한 실패가 되풀이되는지”를 설명하는 틀을 제시한다. 또한 실패의 근본 원인을 단편적 요인으로 보지 않고, 공적 권한과 예산이 사적 이익의 수단으로 전도되는 순간, 승진이 동기가 아니라 목적이 되는 순간, 진영 논리가 행정의 전문성을 압도하는 순간, 절차만 많고 책임은 분산되는 구조, 법보다 강한 관계·관행의 규칙, 단기 성과 압박, 그리고 책임이 비대칭적으로 작동하는 메커니즘 등으로 분석해 “실패가 우연이 아니라 구조”임을 강조한다.
『행정실패학』은 행정실패의 피해를 예산 낭비에만 두지 않는다. 시민은 불안과 불편을 떠안고, 공직자는 ‘해야 할 일’보다 ‘보여야 하는 태도’를 의식하며 소진되고, 사회는 정책을 신뢰하지 못해 갈등 조정 비용과 마찰 비용이 커진다. 결국 작은 실패가 누적될수록 사회적 자본이 붕괴되고, “말해도 소용없다”는 무기력이 확산되며, 감염병·기후·안전 같은 위기 대응능력 자체가 약해진다는 경고까지 확장한다.
이 책은 실패를 비난하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실패의 작동 방식을 이해해 다음 실패를 줄이기 위한 시도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투명성 강화, 절차 간소화와 책임의 단일화, 이해관계자 참여 기반의 설계, 정치적 개입의 최소화, 장기 비전의 제도화 같은 구조 개혁과 더불어, 현장에서 관행보다 원칙을 선택하는 ‘한 사람의 용기’가 조직 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함께 전한다. 그래서 『행정실패학』은 공직자와 정책 담당자에게는 ‘실패를 예방하는 언어’를, 시민과 연구자에게는 ‘행정이 왜 같은 자리에서 흔들리는가’를 이해할 기준을 제공하는 책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행정실패는 막을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관리하고 줄일 수 있는 현상”이라며 “30년의 경험이 후배 공직자들에게 작은 나침반이 되고, 우리 사회가 더 공정하고 투명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작은 돌멩이라도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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