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현수막 폐기물, PET·PVC로 재활용”
고려대·LG화학 연구팀, 촉매 기반 공정 기술 개발
온종림 기자
jrohn@naver.com | 2026-03-23 15:52:20
왼쪽부터 고려대 대학원 융합생명공학과 김재균 박사과정(제1저자), 원예진 석사(공동 제1저자), LG화학 윤정훈 부장, 경북대 식품공학부 김동현 교수(공동 교신저자),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식품공학과 및 대학원 융합생명공학과 김경헌 교수(교신저자).
[대학저널 온종림 기자] 고려대학교 융합생명공학과 김경헌 교수 연구팀이 경북대학교 김동현 교수 연구팀, LG화학 윤정훈 부장 연구팀과 공동으로 ‘PVC 타포린’을 재활용할 수 있는 촉매 기반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
PVC 타포린은 천막, 현수막, 트럭 덮개, 물류 커버 등 실생활에 널리 쓰이는 방수 플라스틱 소재다. 비바람에 강하고 잘 찢어지지도 않는다. 그 내구성의 비결은 바로 구조에 있다. PVC 필름 내부에 PET 섬유가 강하게 결합한 형태로, 기존 재활용 공정으로는 두 물질을 분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이로 인해 폐기물의 대부분을 소각 또는 매립해왔고, 이는 환경 오염과 탄소 배출 증가로 이어졌다.
연구팀은 생물에서 유래한 물질인 ‘베타인’에서 해결법을 찾았다. 베타인을 촉매로 한 글리콜리시스 공정으로 폐타포린을 190℃에서 2시간 반응시킨 결과, PET만 분해되고 PVC는 화학적 손상 없이 고체 상태 그대로 회수됐다. 또 PET 성분의 77%가 분해되어 다시 PET를 제조할 수 있는 핵심 화학 원료인 BHET(비스-하이드록시에틸 테레프탈레이트)로 탈바꿈했다.
베타인을 활용한 글리콜리시스 공정 중, PVC에 포함된 탄산칼슘과 칼슘·아연 안정제가 PET 분해를 촉진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불순물로 여겨졌던 첨가제가 오히려 공정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새로운 발견으로, 향후 복합 플라스틱 재활용 공정 설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PET 분해에 사용된 에틸렌글리콜 용매를 별도의 정제 과정 없이 최대 3회까지 재사용할 수 있다. 공정을 반복해도 PET가 원료(BHET)로 변하는 효율이 떨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됐으며, 재생 PVC의 생산 비용은 약 1.46 달러/kg 수준으로 추정됐다. 이는 virgin PVC(새 플라스틱, 약 1.01달러/kg)보다 다소 높지만, 폐타포린 처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원료가 생산된다는 점에서 부가가치가 높다.
김경헌 교수는 “복합 구조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대부분 폐기되어 왔다”며 “이번 연구는 분리공정 없이도 복합 폐플라스틱을 동시에 자원화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라고 밝혔다. 또한 “산업용 타포린뿐 아니라 다양한 PET 함유 복합 고분자 폐기물에 적용 가능한 플랫폼 기술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촉매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인 ‘Chinese Journal of Catalysis(IF=17.7, 상위 0.7%)’온라인에 2월 3일 게재됐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미국 NSF-한국 NRF 글로벌센터 사업, 해양수산부 한·미 공동 해조류 바이오매스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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