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이 빙글’ 어지럼증, 뇌 아닌 귀 속 문제 의심해야

강승형 기자

skynewss@nate.com | 2025-10-13 15:30:15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중심을 잃고 세상이 빙글 도는 듯한 어지럼증을 겪는다.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증상이 반복되거나 오래 지속된다면 단순한 피로나 빈혈로 넘기지 말고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찾아야 할 때 대부분은 뇌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알고 보면 많은 경우 어지럼증의 원인은 ‘귀’에 있기 때문에 이비인후과 진료를 먼저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귓속에는 청각을 담당하는 달팽이관 외에도 전정기관과 반고리관이 존재한다. 이 기관들은 신체의 움직임과 위치를 감지해 뇌로 전달함으로써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전정기관에 문제가 생기면 뇌가 정확한 위치 정보를 받지 못해 몸의 중심을 잡기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어지럼증이 생긴다. 실제로 어지럼증 환자 10명 중 7명은 이런 말초성 어지럼, 즉 귀의 문제로 인해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귀에서 비롯되는 어지럼증의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이석증, 메니에르병, 전정신경염이 있다. 그중 가장 흔한 질환은 이석증이다. 이석증은 귓속의 미세한 칼슘 결정인 ‘이석’이 원래 있어야 할 위치에서 벗어나 반고리관으로 들어가면서 발생한다. 이석이 전정기관을 자극해 잘못된 움직임 정보를 전달하고, 그로 인해 회전성 어지럼이 나타난다. 주로 아침에 일어날 때, 고개를 돌릴 때처럼 특정 자세 변화 시 몇 초에서 수십 초간 강한 어지럼이 나타난다. 증상은 짧지만 반복되기 쉬워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준다. 치료는 이석을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물리치료인 이석 치환술이 효과적이며, 대부분 빠른 호전을 보인다. 또한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비타민 D 보충, 적절한 야외 활동, 숙면과 같은 생활습관 관리가 중요하다.

메니에르병은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귀 질환 중 하나로, 내림프액이라는 액체가 귀 속에서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서 발생한다. 이로 인해 어지럼증뿐만 아니라 난청, 귀 먹먹함, 이명까지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다. 어지럼은 수십 분에서 몇 시간 동안 이어질 수 있으며, 발작처럼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경향이 있다.

이 질환은 완치보다는 증상 조절과 재발 방지가 치료의 핵심이다. 염분 섭취를 줄이고 카페인과 알코올, 흡연을 제한하며 이뇨제를 복용하는 등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스트레스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정신적인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전정억제제나 항불안제 등의 약물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전정신경염은 전정신경에 염증이 생기면서 갑자기 발생하는 어지럼증이다. 이 질환은 특히 바이러스 감염 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한쪽 전정신경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회전성 어지럼과 구토, 구역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증상은 수일간 지속될 수 있고, 일상적인 움직임에도 어지러움을 느껴 일상생활이 어렵다. 치료 초기에는 어지럼과 구토를 완화하는 약물을 투여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이후 회복 단계에서는 손상된 균형 감각을 보완하기 위한 전정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귀에서 기인한 어지럼증은 대부분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재발이 잦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기 쉽다. 반복적으로 같은 양상의 어지럼이 수개월 또는 수년간 나타난다면, 이를 방치하지 말고 귀 건강 상태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대부분의 어지럼증은 조기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진다면 효과적으로 관리가 가능하다.

글: 동탄 코즈이비인후과 김영수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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