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비 부담 커질수록 냉난방 사용 줄인다”

고려대, 주거비 부담과 에너지 사용 관계 분석

이선용 기자

lsy419@kakao.com | 2026-04-17 14:44:11

왼쪽부터 박금령 교수, 리차드 월드런 교수.

 

[대학저널 이선용 기자] 주거비 부담이 커질수록 냉난방 사용을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맨다. 고려대학교 보건정책관리학부 박금령 교수 연구팀이 아일랜드 더블린국립대학교 리차드 월드런(Richard Waldron) 교수 연구팀과 함께 주거비 부담과 에너지 사용의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서울 공공임대주택 패널조사 자료를 활용해, 같은 사람이 시간에 따라 겪는 주거비 부담의 변화와 냉난방 사용 변화를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소득 대비 주거비 비중이 큰 시기에는 냉난방을 충분히 사용하지 않고 줄이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처럼 비용 부담으로 인해 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스스로 줄이는 현상을 ‘프리바운드 효과(prebound effect)’라고 한다.

시기와 주거 형태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이 30% 이상일 경우 ‘주거비 부담이 있다’고 정의하는데, 새롭게 주거비 부담이 생길 때보다 부담에서 벗어날 때 에너지 사용이 훨씬 크게 증가했다. 또한 주거비 부담이 생길 때 아파트 거주자는 에너지 사용의 변화가 크지 않았지만, 비아파트 거주자는 비교적 큰 폭으로 냉난방비를 줄이는 등 더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 결과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기후위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현 시점에서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아니다. 경제적 여건과 주거 환경이 함께 작용한 ‘제약된 선택’인 것이다. 특히 단열이나 난방 효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주택에서는 적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비용 부담으로 인해 꼭 필요한 냉난방조차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이는 건강과 생활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박금령 교수는 “주거비 부담을 줄이는 정책은 단순히 비용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생활 환경과 에너지 사용 개선으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며 “특히 비아파트 등 취약한 주거 환경에 대한 에너지 효율 개선과 맞춤형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에너지 정책 분야의 국제 학술지 ‘Energy Policy(IF=9.2)’ 온라인에 4월 8일 게재됐다.

[ⓒ 대학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