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는 괜찮은데 왜 녹내장일까? 한국인에게 많은 정상안압 녹내장

강승형 기자

skynewss@nate.com | 2026-08-11 11:22:28

김성아 원장.

[대학저널 강승형 기자] 녹내장은 흔히 안압이 높아져 시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안압 검사에서 정상이라는 말을 들으면 녹내장 위험이 낮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안압이 정상 범위에 있어도 시신경 손상이 진행되는 경우가 있으며, 이를 ‘정상안압 녹내장’이라고 한다.


정상안압 녹내장은 말 그대로 안압 수치가 일반적인 정상 범위에 있음에도 시신경이 서서히 손상되고 시야 결손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권에서는 정상안압 녹내장의 비율이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어, 안압 수치만으로 녹내장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정상안압 녹내장 역시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시야가 좁아지는 변화는 주변부부터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렵다. 중심 시야는 비교적 오래 유지되는 경우가 많아, 일상생활에서는 “잘 보이는데 왜 녹내장이라고 하지?”라는 의문을 갖기 쉽다. 그러나 검사 상 시신경 손상이나 시야 결손이 확인된다면 이미 질환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정상안압 녹내장이 발생하는 원인은 한 가지로 설명하기 어렵다. 안압이 정상 범위라 하더라도 개인에 따라 시신경이 압력에 취약할 수 있고, 시신경으로 가는 혈류가 충분하지 않거나 혈관 조절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에도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고도근시, 가족력, 저혈압, 수면 무호흡, 편두통, 혈액순환 문제 등도 관련 요인으로 고려된다.

이 때문에 녹내장 검사는 안압 하나만 보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시신경 모양을 확인하는 안저검사, 망막신경섬유층 두께를 측정하는 OCT 검사, 실제 시야 손상 여부를 확인하는 시야검사 등을 종합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정상안압 녹내장은 안압 수치가 높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이러한 정밀 검사를 통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치료의 기본 목표는 시신경 손상이 더 진행되지 않도록 안압을 더 낮춰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이미 안압이 정상 범위에 있더라도 환자 개인의 시신경이 견딜 수 있는 수준까지 낮추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안압 하강 안약을 사용하며, 경우에 따라 레이저 치료나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기도 한다. 치료 여부와 강도는 시신경 손상 정도와 시야 변화, 진행 속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다.

정상안압 녹내장은 증상이 없다고 방치해서는 안 되는 질환이다. 한 번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진행을 늦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40세 이상이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고도근시가 있는 경우에는 안압이 정상으로 나오더라도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시신경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SNU청안과 김성아 원장은 “정상안압 녹내장은 안압이 정상이라는 이유로 놓치기 쉬운 질환이지만, 한국인에게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는 녹내장 유형”이라며 “시야가 괜찮다고 느끼더라도 시신경 손상은 조용히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안압뿐 아니라 시신경과 시야를 함께 평가하는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기에 발견해 꾸준히 관리하면 시야 손상을 늦추고 장기적인 시력 보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만큼, 위험 요인이 있다면 정기 검진을 미루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 대학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