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원인 HIV, ‘침 한 방울’로 최대 8일 빨리 진단한다
고려대 이정훈 교수 연구팀, 나노·AI 융합 플랫폼 ‘BE-SMART-HIV’ 개발
아프리카 등 의료 취약지 확산 차단 기대
이선용 기자
lsy419@kakao.com | 2026-05-07 10:46:43
왼쪽부터 이정훈 교수(교신저자), 박정수 박사과정(제1저자), 이승민 박사후연구원(제1저자).
[대학저널 이선용 기자] 고려대학교 KU-KIST 융합대학원 이정훈 교수 연구팀이 나노기술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해 구강액 기반 초고감도 HIV 진단 플랫폼 ‘BE-SMART-HIV’를 개발했다.
에이즈의 원인인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는 감염 초기 전파력이 가장 높지만, 이 시기에는 항체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아 기존 혈액 기반 신속진단키트로 검출이 어려웠다. 구강액(침)을 사용하는 방식의 경우, 혈액 대비 항체 농도가 약 1,000배 이상 낮고 단백분해효소에 의해 빠르게 분해되기 때문에 그동안 현장 진단(POCT)에서 활용하기에 제한적이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체공학적 농축(BE) 나노트랩과 AI 기반 판독 시스템(SMART)을 결합했다. BE 나노트랩은 항체와 같은 고분자 물질을 선택적으로 포획·농축하고, 저분자 물질은 제거하는 일종의 ‘필터’다.
연구팀이 이를 기반으로 개발한 진단 키트에 침을 떨어트리면, 침 속 HIV 항체 신호가 약 20배 증폭돼 감염 초기 단계에서도 진단할 수 있다. 또, 외부 전원 없이 현장에서 바로 작동하는 휴대형 장치로 현장 적용성도 높다.
여기에 스마트폰 기반 AI 판독 시스템을 더해 정확한 진단을 돕는다. HIV 진단 키트도 COVID-19 진단 키트처럼 빨간 줄(대조선과 검사선)로 확인하는 방식이라서 그 결과를 육안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연구팀은 기존 COVID-19 신속진단 이미지 데이터를 전이학습에 적용해 AI가 검사선의 미세한 농도 변화를 정밀하게 판독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스마트폰으로 진단 키트 사진을 촬영해 전송하는 방식으로 사용 방법도 간단하다.
BE-Nanotrap 기반 타액 내 HIV-1 항체 특이적 전처리 모듈과 스마트폰 앱 AI 기반 LFA 융합 플랫폼(BE-SMART-HIV)을 개발하고, COVID-19 LFA 대규모 학습데이터 전이학습을 통해 HIV 진단 정확도를 향상.
그 결과, 적은 수의 HIV 데이터만으로도 98.6%에 이르는 높은 진단 정확도를 보였다. 이는 훈련받지 않은 일반인(67.1%)과 임상 전문가(78.3%)의 판독 정확도를 뛰어넘는 수치다. 기존 신속진단키트 보다 최대 8일 빠르게 초기 항체 출현 포착이 가능하며, 대형 정밀 분석 장비가 필요한 ELISA 검사에서만 관찰되던 IgM 출현, IgG 성숙 등 미세한 면역 반응 패턴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민감도 향상을 넘어, 기존에 ‘분석적으로 열등한 시료’로 여겨져 온 구강액을 고정밀 진단 시료로 재정의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더불어 구강액으로 질병의 발생과 진행 양상을 정밀하게 추적하고 예측하는 ‘예측적 타액 면역학(predictive salivary immunology)’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농축 모듈과 검출 모듈이 분리된 모듈식 설계를 통해 인플루엔자, SARS-CoV-2 등 다양한 감염병 진단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크다.
이정훈 교수는 “BE-SMART-HIV는 별도의 실험실 장비 없이도 상용 진단키트와 스마트폰만으로 고감도 분석이 가능하다”며 “아프리카 등 의료 취약지에서의 조기 진단과 대규모 스크리닝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감염의 진행 양상을 추적·예측하는 차세대 진단 기술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성과는 나노바이오·AI 진단 분야 국제 학술지 ‘ACS Nano’ 온라인에 2026년 4월 16일 게재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한국연구재단(NRF) 중견연구 지원사업과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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