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벽에 부딪쳤다, 수학 학습과 클리셰
수학과 사고력
대학저널
webmaster@dhnews.co.kr | 2023-08-29 10:42:04
클리셰, 종종 언급하는 표현이다. ‘진부하고 상투적인 표현’ 또는 ‘특정 상태나 상황에서 대체로 일관되게 나타나는 공통적인 경향’을 의미한다. 그런데 수학 학습을 어느 정도 하다 보면 학생 개인별로 특정한 클리셰가 발생한다. 이런 현상은 공부를 그만큼 했다는 의미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수학 실력이 정체되어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수학 학습에 있어서 클리셰는, 실력의 정체를 가져와서 자칫 슬럼프로 빠지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수학 학습에서 구체적으로 클리셰는 어떤 형태를 띠고 있고 이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수학 학습에서 클리셰의 유형
1. 개념 과몰입 클리셰
종종 볼 수 있는 유형이다. 말 그대로 개념을 반복 또 반복하면서 탐구과목 개념 암기 하듯이 수학 개념을 그렇게 학습한다. ‘개념은 반드시 이해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문제풀이는 뒷전으로 한 채 개념학습에 혼신의 힘을 다한다. 이런 유형은 보통 심리적으로 문제를 틀리는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강하다. 평가에 예민하고 그래서 결과에 많이 집착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유형의 학습자들에게 가령, ‘지수함수 단원 전체의 목차를 써 보시오.’라는 주문을 하면 잘 쓰지를 못한다. 개념학습 비중이 그렇게 높은데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필자가 이런 경험을 처음 겪었을 때 의아한 나머지 “개념을 공부했다면서 지금까지 뭘했니?” 라고 물으면 학생 또한 어리둥절한 상태로 필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러 질문을 통해서 왜 이런 상황이 나왔는지 살펴보니 다음과 같았다. 추상화된 개념을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구체화된 문제 풀이 경험이 없다 보니 개념이 추상적으로 머릿속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 심지어 개념 간의 연결도 전혀 되어 있지 않고 각각 따로 존재하고 있었다.
적당히 개념학습이 진행되면 과감하게 문제풀이로 진행해야 한다. 특히 개념을 처음 학습한 이후에는 지체하지 말고 문제풀이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자신의 개념학습에 대한 상태와 수준을 인지할 수 있게 된다.
2. 문제풀이 과몰입 클리셰
적당한 개념 학습을 바탕으로 문제풀이로 돌진하는 유형이다. 조급한 성격을 가진 심리 유형으로 실수가 잦고 문제풀이를 한 흔적을 보면 다소 조잡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문제지에 대한 욕심이 많고 틀린 문제를 따로 정리하지 않고 그냥 넘겨버리는 경우도 많다. 이 유형은 사고하는 학습행동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 유형이다. 풀이형식도 중구난방이고 자신만의 풀이방식으로 얼렁뚱땅 답을 찾아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적당히 풀이방법을 모방하고 많은 문제를 풀다 보니 기본적인 문제는 신속하게 풀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사고력을 요하는 고난도 문항의 경우 속수무책이 된다. 그 부분을 본인이 알고 있지만 해결하려는 태도는 거의 보이지 않고 또 다시 새로운 문제를 풀 생각만 한다. 말 그대로 클리셰(특정 상태나 상황에서 대체로 일관되게 나타나는 공통적인 경향)를 보이게 된다.
이런 경우는 스스로 고치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습관이 되다보니 혼자 내버려두면 또 쉴 새 없이 문제를 풀고 있다. 주변에서 적절한 통제를 해서 습관을 고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념을 온전하게 이해하고 암기하도록 유도하고 작은 양의 문제를 생각하면서 풀게 된다. 또한 자신이 풀이한 문제를 타인들에게 설명하도록 시킨다. 문제풀이에 몰입된 태도의 위험성을 현실적으로 인식시켜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3. 풀이 스타일 클리셰
아래 문제는 24학년도 수능 공통문항 중 21번 문항이다. 이 문항을 풀어보라고 하면 그래프 자체를 그릴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유형의 학생이 있다. 문제에서 ‘함수’라는 표현을 보는 순간 그래프를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반사적으로 해야 하는데(물론 어떤 문제의 경우 그래프가 필요 없는 경우도 있지만) 도대체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무조건 식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아래 문제는 구간별로 정의된 함수를 절댓값을 처리하여 그래프로 반드시 나타내야 풀이가 원활해진다. 그런데 식으로 계속 처리하려다 풀이가 진행이 안 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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