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미팅스퀘어 김재민·한고니 대표 “첨단 AI 기술,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OLED 설계 소프트웨어로 만들겠다”
중앙대 교수창업기업 ㈜이미팅스퀘어 김재민·한고니 대표
삼성디스플레이 현장 경험과 대학 연구성과 결합
OLED 시뮬레이션·데이터 분석·AI 설계 통합 플랫폼 ‘DELO’ 개발
“해외 소프트웨어 의존 낮추고 국내 연구성과 산업화에 기여”
이선용 기자
lsy419@kakao.com | 2026-10-01 10:38:52
여기에 중앙대 인공지능유기광전자 연구실 소속인 한고니 공동대표가 합류했다. 두 사람은 대학과 연구소에 축적된 연구성과가 논문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OLED 소자 설계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팅스퀘어는 2025년 12월 17일 설립됐으며, OLED 소자 시뮬레이션과 데이터 분석, AI 기반 설계를 하나로 통합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DELO’를 주력 제품으로 개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실제 제품에 적용되는 OLED를 개발하면서 현업에서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경험했다”며 “학위과정부터 연구해 온 OLED 재료·소재 시뮬레이션과 응용물리, AI 기술이 산업계에 보다 폭넓게 활용될 수 있겠다고 판단해 창업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미팅스퀘어는 제품 상용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기존 산학 연구 과정에서 관계를 맺어 온 기업과 협력해 기술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현업 경험이 경쟁력…기업의 니즈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김 대표가 꼽는 ㈜이미팅스퀘어의 강점은 ‘현장 경험’이다. 학계와 산업계가 연구를 바라보는 관점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학계에서는 다양한 분석 장치와 시료를 활용해 분석 결과의 정확도를 최대한 높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기업에서는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고려하여 가장 효과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김 대표는 “산업체에서는 모든 분석을 수행하기보다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가장 효율적인 연구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실제 갤럭시와 아이폰에 탑재되는 OLED 개발을 담당했던 만큼 기업이 어떤 기술과 결과를 원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한고니 대표는 김 대표가 창업을 준비하던 시기에 공동대표로 합류했다. 한 대표는 “직접 만든 기술을 사람들이 실제로 쓰는 것이 많은 엔지니어들의 꿈”이라며 “연구실의 기술을 제품으로 만드는 일이었기에 DELO 기획 단계부터 함께했고, 지금은 대표이자 엔지니어로서 그 꿈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중앙대 연구실이 ‘실험실 특성화 창업중심대학 사업’에 선정되면서 창업 준비에도 속도가 붙었다.
“연구 결과에 대해 산업계가 묻는 것은 ‘실용화’”
㈜이미팅스퀘어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연구성과의 ‘실용화’다. 김 대표는 AI와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산업계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그래서 이 기술을 언제,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느냐”였다고 말했다. 대학의 연구는 논문과 학술적 성과를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는 “연구한 기술을 보다 빠르게 산업에 적용하면서 지속가능한 방법을 고민했다”며 “그 과정에서 창업이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OLED 세계 최고 기술력에도 설계·해석 SW는 해외 의존
김 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또 다른 이유는 OLED 설계·해석 소프트웨어 분야의 높은 해외 의존도다. 한국은 세계적인 OLED 패널 제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소자 설계와 해석에 필요한 상당수 전문 소프트웨어는 해외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국내 학계가 보유한 기술 수준이 낮아서 해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며 “우수한 연구성과가 충분히 상용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OLED 분야는 아직 해외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협력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현실적으로 필요한 도구도 많다”면서도 “국내 연구진이 확보한 기술을 제품으로 발전시켜 국산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 역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초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에서 필요한 기술인가”
㈜이미팅스퀘어는 2025년 중앙대 ‘실험실 특성화 창업중심대학 사업’에 선정되며 사업화 가능성을 인정받아 김재민 교수 연구실에 사업자를 등록했다. 김 대표는 연구와 창업의 평가 기준이 반드시 같지는 않다고 강조한다. 학계에서는 세계 최초·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성과가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창업기업은 기술성과 함께 시장성과 사업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창업의 관점에서는 기술이 세계 최초인가만큼이나 실제 시장에서 필요한 기술이고 사업화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투자자는 시장성이 없다면 냉정하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미팅스퀘어는 사업 선정 과정에서 김 대표의 산업 현장 경험과 OLED 설계 소프트웨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강점으로 제시했다.
AI로 OLED 내부 현상 해석…연구성과 사업화 추진
김 대표 연구팀은 OLED 소자 내부에서 발생하는 폴라론과 엑시톤의 동역학을 AI와 시뮬레이션 기술로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해 왔다.
김 대표는 2021년부터 AI 융합 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관련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2024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됐으며, ‘머신러닝 기반 OLED 소자 내부 전하 거동 분석 장치 및 방법’ 관련 특허 등록도 진행했다.
주요 연구성과로는 2024년 Advanced Materials에 발표한 청색 OLED 발광층 특성 예측 AI 모델, 2025년 Materials Horizons에 발표한 TADF OLED의 RISC 속도 추론 텐덤 AI 모델, 2024년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발표한 청색 인광 OLED 수명 향상 메커니즘 연구 등이 있다.
삼성종합기술원·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의 기업과 공동연구를 수행했으며 UDC Innovative Research Award도 수상했다. 이미팅스퀘어는 이러한 연구성과를 논문에 머물게 하지 않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DELO, 시뮬레이션에서 AI 분석까지 하나의 플랫폼으로
㈜이미팅스퀘어의 대표 제품은 OLED 설계 소프트웨어 ‘DELO’ 시리즈다. 김 대표는 기존 제품과 동일한 기능을 구현하는 데 그치기보다 연구실에서 개발해 온 AI 기술과 기존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을 결합하는 것이 차별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회사는 전기 시뮬레이션 기술을 우선적으로 구축했으며, 향후 광학 시뮬레이션과 수명 시뮬레이션, 재료/소자 통합 AI 지능 설계 분야로 제품군을 확장할 계획이다.
올해 출시한 소프트웨어인 ‘DELO DD(Drift-Diffusion)’에는 △물리 기반 고속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Sim’ △실험 데이터를 자동으로 피팅해 파라미터를 추출하는 ‘Fit’ △대규모 소자 데이터를 생성하는 ‘Gen’ 등의 기능이 탑재됐다.
핵심은 단 1개의 OLED 소자만으로도 OLED 소자 내부의 고차원 정보를 모두 추출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기존에는 많은 시료와 실험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정보를 AI가 데이터에서 읽어내도록 하는 것이 핵심”라며 “단순히 기존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AI와 시뮬레이션을 융합한 기술을 제품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ELO DD는 실제 OLED 측정 데이터를 활용한 검증을 거쳐 2026년 정식 출시되었다.
창업 경험 없는 연구자에게 창업보육센터가 ‘사업의 기초’ 지원
㈜이미팅스퀘어는 중앙대 창업보육센터의 지원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연구에 익숙한 교수나 연구자에게 기업 경영은 전혀 다른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기술개발 능력을 갖췄다고 해서 투자, 재무, 세무 등 창업에 필요한 업무까지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교수들은 학교에서 주로 연구를 해왔기 때문에 창업 과정의 기본적인 부분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창업보육센터가 VC와의 연결부터 재무설계와 세무 등 사업 운영에 필요한 여러 부분을 지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 컨설팅과 도움을 제공해 준 창업보육센터 관계자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복잡한 연구성과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이미팅스퀘어가 그리고 있는 최종 목표는 복잡한 연구성과의 ‘대중화’다. OLED 내부에서 일어나는 물리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수식과 전문지식이 필요하지만, 이를 실제 사용하는 엔지니어까지 모든 이론을 직접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회사 측의 생각이다. 연구자가 개발한 기술을 사용하기 쉬운 소프트웨어 형태로 구현해 산업 현장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아무리 뛰어난 연구라도 실제 사용되지 않는다면 산업적 가치를 만들기 어렵다”며 “이미팅스퀘어는 복잡한 연구성과를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연구실에서 나온 최신 논문과 기술을 가장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고니 대표 역시 학계의 기술을 산업 현장이 필요로 하는 제품으로 빠르게 연결하는 것이 이미팅스퀘어의 정체성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디스플레이 산업에 필요한 기술을 타깃으로 제품을 기획하고, 학계에서 개발된 기술을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제품화하는 것이 저희의 정체성이자 목표”라며 “김재민 교수님의 현장 경험과 인공지능유기광전자 연구실의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패널·소재 회사들의 니즈에 맞는 기술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취업이 인생의 최종 목표는 아니었으면”
두 대표는 젊은 연구자와 학생들에게도 보다 다양한 진로를 고민해 볼 것을 조언했다. 김 대표는 취업 자체가 인생의 최종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학생이 취업을 목표로 열심히 달려가지만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취업 자체가 삶의 최종 목표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며 “직업을 삶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볼 것인지, 자아실현의 과정으로 볼 것인지 스스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취업만을 목표로 삼기보다 세상에는 다양한 길이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며 “대학에 입학한 것으로 모든 노력에 대한 보상이 끝났다고 생각하기보다 하루하루 자신의 미래를 위해 투자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대학원생 신분으로 기업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한 대표도 창업이 하나의 진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다시 오지 않을 기회 앞에서는 망설이지 말라고 조언했다.
한 대표는 “인생에는 크고 작은 선택의 순간이 오고, 그중에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선택도 있다”며 “저에게는 창업과 학위과정이 그런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두 가지 모두 쉬운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 기회를 순간의 어려움과 저울질하고 싶지 않았다”며 “학생들도 그런 기회가 왔을 때 후회 없이 도전해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학 연구실에서 출발한 AI 기술을 OLED 산업 현장에서 실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로 바꾸겠다는 이미팅스퀘어. 해외 기술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국내 연구성과의 산업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내건 이들의 도전이 OLED 설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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