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중대재해는 왜 반복되는가

임춘성 기자

ics2001@hanmail.net | 2026-08-10 10:17:18

  [대학저널 임춘성 기자] 출판사 박영사는 김명준 저자의 『중대재해는 왜 반복되는가』를 출간했다. 이 책은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이유를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주요 판례, 실제 현장의 구조와 문화라는 세 가지 축으로 분석한 실무형 안전관리서다. 형식적인 법령 해설이나 판례 요약에 머무르지 않고, 경영자와 관리책임자, 현장 노동자가 각자의 위치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69가지 사례와 성찰을 통해 짚어낸다.


책은 “우리는 발주자입니까, 도급인입니까?”라는 산업현장의 반복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이 질문을 단순한 계약 관계의 구분이 아니라, “당신은 안전의 구경꾼인가, 아니면 책임지는 주인인가”라는 물음으로 확장한다. 예산과 권한을 가지고 관리의 책임이 있는 원청이 평소에는 현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사고가 발생한 뒤에는 자신을 단순 발주자로 규정하는 태도가 더 이상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사법부의 판단 역시 계약의 형식보다 실제로 누가 현장을 지배·운영·관리했는지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 이 책은 발주와 도급의 경계, 실질적 지배력과 영향력, 경영책임자의 의무, 협력업체와 종사자의 범위 등 현장에서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쟁점을 구체적인 판례와 함께 살펴본다. 건설현장, 제조업,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항만, 공동주택 등 다양한 산업과 조직에서 발생한 사례를 통해 책임의 경계가 실제로 어떻게 판단되는지도 보여준다.

『중대재해는 왜 반복되는가』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을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규정하는 법’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할 예방 조치를 요구하는 법’으로 설명한다. 일반 형법이 금지된 행위를 저질렀는지를 묻는다면, 안전 관련 법령은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을 발견하고 조직, 인력과 예산을 통해 체계를 구축하고 예방 조치를 이행했는지를 묻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영자의 책임은 현장에 본인이 있었는지 여부보다, 위험을 인식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는지에 따라 판단될 수 있다.

책은 안전보건관리의 ‘체제’와 ‘체계’를 실제 판례를 통해 구분해 설명한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체제는 안전보건관리자 선임, 조직도 같은 구조적 뼈대를 의미하고, 체계는 위험이 보고되고 예산과 개선 조치가 실제로 연결되는 살아 있는 운영 시스템을 뜻한다. 조직과 매뉴얼을 갖추는 데 그치지 않고, 위험 발견과 개선, 점검과 환류가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해야만 중대재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 주장이다.

또한 책은 작업중지와 사고 보고, 위험성평가, TBM(작업 전 안전점검회의), 종사자 의견 청취, 외국인과 고령 노동자의 안전, 공공기관과 지자체의 책임, 해외 사업장의 법 적용 등 현장 실무에서 빈번하게 부딪히는 문제를 폭넓게 다룬다. 특히 ‘즉시’와 ‘지체 없이’의 차이처럼 법률 용어의 미세한 의미가 실제 사고 대응과 법적 책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안전활동을 처벌을 피하기 위한 서류나 방어 논리로 바라보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전은 여유가 있을때 챙기는 부수 업무가 아니라 기업이 반드시 실행해야 할 핵심 의무이며, 사람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는 것이다. 위험을 발견했을 때 공정을 멈추고, 노후 설비를 교체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경영진이 듣는 일은 법적 의무인 동시에 조직문화의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책 제목에 담긴 숫자 ‘69’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을 상징한다. 저자는 6을 예산과 권한을 가진 경영과 관리의 시선으로, 9를 현장의 위험을 감당하는 노동자의 몸으로 해석한다. 두 위치가 서로 책임을 미루거나 충돌하면 사고는 반복되지만, 경영자의 결단과 현장의 실행이 서로를 받쳐줄 때 비로소 하나의 안전한 원이 완성된다는 의미다. 또한 70점이라는 합격선에 안주하지 않고, 마지막 1점을 채우기 위해 계속 현장을 돌아보는 69점의 겸손을 안전의 태도로 제안한다.

『중대재해는 왜 반복되는가』는 기업의 경영책임자, 안전보건관리자, 현장 관리자,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산업안전 및 노동법 분야 연구자들에게 유용한 참고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법 조항과 판결문을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조직과 현장에서 안전을 어떻게 작동시킬 것인지 고민하는 독자에게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안전은 사고 후에 설명하는 능력이 아니라, 위험 앞에서 즉시 멈추는 용기에서 시작된다”며 “이 기록들이 경영과 현장이 서로를 억누르는 관계가 아니라, 사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서로를 받쳐주는 하나의 완성된 원(O)으로 연결되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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