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도의 경제’ 출간
임춘성 기자
ics2001@hanmail.net | 2026-06-08 10:04:11
신간 『밀도의 경제』는 바로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중국 기업의 성공담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AI와 중국발 초경쟁 시대에 한국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다시 성장할 수 있는지를 묻는 전략서다.
저자는 약 5년간 중국 현장에서 근무하며 샤오미, 니오, 팝마트 등 중국 선도기업들의 성장 방식을 분석했다. 중국은 단순한 거대 시장이 아니라, 수많은 기업이 빠르게 등장하고 사라지는 극한 경쟁의 실험장이다. 이 환경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가격·광고·유통 경쟁만으로 성장한 기업이 아니었다. 이들은 소수의 핵심고객과 먼저 깊은 관계를 만들고, 그 관계를 제품·콘텐츠·채널·데이터·시장 확장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밀도의 경제』가 주목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AI는 기업 운영 전반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지만, “누구를 중심에 두고, 어떤 관계를 축적할 것인가”라는 전략적 질문까지 대신 답해주지는 않는다. 기술이 보편화될수록 기업 간 차이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핵심고객과의 관계를 얼마나 깊고 반복적으로 축적하느냐에서 결정된다.
이 책은 이러한 기업의 성장 원리를 ‘핵심고객 주도형 DTC 생태계’라는 실제 비즈니스 모델로 설명한다. 출발점은 ‘고객 중심성’이다. 기업은 모든 고객을 동일하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출발점이 되는 핵심고객에게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그 다음 단계는 ‘고객 인게이지먼트 가치’다. 핵심고객은 단순한 반복 구매자가 아니라, 추천하고, 영향을 미치고, 지식을 제공하며, 제품과 경험의 개선에 참여하는 성장의 공동 설계자다. 그리고 이 가치가 고객 경험과 데이터를 통합하는 ‘확장된 DTC 플랫폼’ 위에서 데이터 기반의 반복 가능한 운영 구조로 전환될 때, 고객 관계는 일회성 성과가 아니라 기업의 성장 자산이 된다.
저자는 이 흐름을 ‘제품–콘텐츠–채널–데이터–시장 확장’으로 이어지는 5단계 플라이휠로 정리한다. 혁신적 단일 제품으로 핵심고객과 신뢰를 만들고, 콘텐츠로 관계를 강화하며, 채널과 멤버십으로 반복 접점을 구축하고, 핵심고객 중심 데이터 시스템으로 학습을 축적한 뒤, 검증된 모델을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하는 구조다.
중요한 것은 이 5단계가 단순한 실행 순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제품, 콘텐츠, 채널, 데이터가 핵심고객을 중심으로 연결되면 기업 내부에는 반복 가능한 성장의 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 내부 순환을 통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점점 더 견고해지고, 이렇게 검증된 고객 관계 운영 모델은 새로운 시장과 고객으로 확장된다. 한국 기업의 글로벌 확장에서도 K-콘텐츠의 성공 경험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그 이면에는 제품, 콘텐츠, 채널, 데이터, 글로벌 확장이 맞물린 핵심 고객 주도형 DTC 생태계의 전형적 성공 구조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부 확장의 결과는 다시 제품 혁신과 고객 데이터, 운영 학습으로 환류되며 플라이휠을 다시 가속한다.
따라서 『밀도의 경제』는 광고나 홍보, 추상적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강화하자는 책이 아니다. 고객을 설득의 대상으로 놓고 메시지를 반복하는 방식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이제 기업에 필요한 것은 관념적 활동이 아니라, 핵심 고객과의 실제 관계를 만들고, 그 관계를 데이터와 학습으로 축적하며, 이를 반복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는 일이다.
『밀도의 경제』는 중국 기업을 모방하자는 제안도 아니다. 중국 기업이 먼저 보여준 초경쟁 시대의 성장 원리를 분석하고, 한국 기업이 이를 자기 방식으로 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는 전략적 관점을 제안한다.
AI 시대, 기업의 차이는 기술이 아니라 핵심 고객과의 관계 밀도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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