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상현 한국천연물과학기술연구소 대표 “평범한 일상이 천연물 자원 연구의 시작이다”
중앙대 교수창업기업 한국천연물과학기술연구소 이상현 대표를 만나다
와사비 잎·밀크씨슬 등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가 새로운 경쟁력이 된다
모든 걸 다 잘하려고 하지 말고, 본인이 진짜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이선용 기자
lsy419@kakao.com | 2026-10-01 09:55:34
중앙대 교수창업기업 한국천연물과학기술연구소 이상현 대표.
[대학저널 이선용 기자] 평범한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찾으며, 국내 천연물 자원의 경쟁력을 입증해 가고 있는 이상현 ㈜한국천연물과학기술연구소 대표의 일상은 하루하루 기대와 설렘 속에서 시작된다. 특히 이상현 대표는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식물에 주목해 우수한 연구 성과를 올리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 연구기반이 충분하지 않았던 천연물화학 분야 연구를 시작할 때부터 생각의 틀을 깨며, 활용 가치가 낮았던 부산물을 천연 식품보존소재와 기능성 식품, 바이오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우리가 연구하는 게 멀리 있지 않고,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곳에 좋은 답이 있다”고 밝혔다. 또 중앙대 식물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이 대표는 학생들에게 ‘남답게’ 살지 말고 ‘나답게’ 살라고 강조하고 있다. 모든 걸 다 잘하려고 하지 말고, 본인이 진짜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고 주문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하루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설렘 가득하다는 이 대표를 중앙대 다빈치캠퍼스에서 만나 창업과 연구 성과, 중소기업 기술지원 등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Q. ㈜한국천연물과학기술연구소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달라.
“(주)한국천연물과학기술연구소는 천연물 소재의 성분 분석과 표준화 연구를 기반으로 건강기능식품과 기능성 화장품 등을 개발하는 기업에 연구·분석 기술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자체적으로 신규 천연물 소재와 유용 성분을 발굴해 식물 자원의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높이는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Q. (주)한국천연물과학기술연구소 창업 배경은 무엇인가?
“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중소기업으로부터 천연물 관련 분야 연구 의뢰를 많이 받았다. 중소기업은 신제품을 만들 때 주요한 물질의 기능성 성분을 분석하길 원하지만, 아직 기술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석·박사급 연구원이나 대형 연구기관에 의뢰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중소기업들은 신제품 성분 분석의 도움을 받기 위해 대학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대학에 제품 성분 분석을 의뢰하려면 산학협력단을 통해야 하고, 그 비용 역시 만만치가 않아 성분 분석을 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교수로 재직하면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알고 많은 도움을 줬지만, 영세한 중소기업에는 산학협력단을 통한 정식 연구의뢰 비용도 상당한 부담이었다. 기업들의 어려움을 알기에 개인적으로 무상 지원을 이어갔지만, 이러한 방식으로는 지속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해서는 나도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고, 효율성도 떨어지겠다는 생각에 2020년에 중앙대 교수창업기업으로 창업하게 됐다. 창업 이후에는 중소기업들의 기술 지원을 실비로 많이 해주고 있으며, 특히 우리 연구소는 중소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절차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맞춤형 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전문연구진이 있는 대기업의 의뢰도 많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Q. ㈜한국천연물과학기술연구소의 강점과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 연구소의 가장 큰 강점은 중소기업의 니즈를 반영한 맞춤형 분석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성분 분석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에서 만든 제품 속에 있는 대사체와 기능성 성분을 분석하고 있다. 일반 분석기관에서는 천연물 제품에 함유된 다양한 성분의 표준물질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저는 약 30년 동안 자생식물과 약용식물 등 다양한 식물 소재에서 천연물 성분을 분리하고 구조를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해 왔다. 지금까지 식물 소재에서 약 1,500여 종의 화합물을 분리·확보했으며, 이 가운데 다수는 성분 분석을 위한 자체 표준물질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30년의 노하우와 전문성을 가지고 제품 성분을 분석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에서 요청하는 물질분석이나 기능성 성분분석을 못한 사례가 거의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또 경쟁력이라 하면 국내 자생하는 대부분의 식물소재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가 있으니까 중소기업에서 개발하는 제품들에 대해서 분석 및 기술지원서비스를 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식물 유래 기능성 성분의 분리·동정과 정량분석 분야에서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현재 250여 개 기업들하고 협업하여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그래서 저희 분석 장비는 어제도 오늘도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 자체 연구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연구개발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 저를 모르는 사람은 많을지 모르지만, 한 차례 협업한 기업이 후속 연구나 새로운 과제로 다시 연구소를 찾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저는 교수로 재직하고 있기 때문에 소재 연구를 하고 분석할 때 애착을 가지고 분석을 한다. 연구 분석을 숙제처럼 하는 것이 아니라 의뢰를 주면 기업에 필요한 코멘트를 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의 노하우를 가지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까지 지원해준다.”
Q. 최근 고추냉이(와사비) 잎에서 의미 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저는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식물에 주목하는 편이다. 와사비 잎의 연구 역시 평범한 일상 속에서 시작됐다. 연구원들과 횟집에서 회를 먹다가 불현듯 드는 생각이 식물에는 당연히 잎도 있는데 와사비 잎은 어디에 쓰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와사비 잎에 대한 연구결과를 검색해보니 생각보다 많은 연구가 없었고 해당 연구를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필리핀 세부 지역에 있는 산카를로스대학교와 공동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 산카를로스대학교에서 연구소재를 제공해달라는 요청이 와서 와사비 잎을 제공했다.
와사비 잎은 물재배와 고설재배가 있는데, 두 가지 재배 방식으로 재배된 잎으로부터 우수한 항균 및 세균 간 신호전달 억제 효과를 얻었다. 보통 항균이라고 하면 대부분은 균을 죽이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저희 연구는 세균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세균 간 신호전달을 억제해서 협업을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항균과는 다르게 세균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병원성을 키우는 ‘세균 간 신호전달과 생물막 형성’을 효과적으로 차단해서 좋은 결과를 얻게 됐고 해당 연구는 국제학술지 Food Chemistry에 게재됐다.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 그동안 활용 가치가 낮았던 부산물을 천연 식품보존소재와 기능성 식품, 바이오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다. 최근에 한 연구지만, 우리가 연구하는 게 멀리 있지 않고,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곳에 좋은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Q. 밀크씨슬의 국산화 연구를 통해 ‘K- 밀크씨슬’의 고부가가치 가능성을 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건강기능식품 원료 소재 중 밀크씨슬은 상위권에 포함돼 있지만, 대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밀크씨슬 연구의 시작은 ‘왜 우리나라에는 밀크씨슬이 없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국내외 다양한 밀크씨슬 유전자원을 농진청에서 제공 받았고, 당시 대학원에 입학한 학생과 국내에서 수집한 밀크씨슬로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저희는 전남 해남과 화성 등에서 총 6개 품종을 재배했고, 밀크씨슬의 주요 유효성분인 실리마린의 함량 변화를 분석했더니 수입품보다도 국내에서 자생하는 밀크씨슬에서 더 우수한 성분 특성을 지닌 자원을 확인했다. 특히, 해남에서 재배한 국내산 밀크씨슬에서 ‘실리디아닌’이라는 물질이 고함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밀크씨슬을 ‘실리퀸’이라고 하는 이름을 붙여서 ‘K-밀크씨슬’로 특허를 확보했다. 결론적으로는 다변화된 세상에서 이렇게 많은 외국 소재를 사용할게 아니라 국내에 자생하는 소재를 사용하면 더 좋겠다는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 ‘실리퀸’이라고 하는 밀크씨슬이다.”
Q. 앞서 개발한 천연물 외에 기억에 남는 연구가 있다면.
“최근에 진행한 연구 중에는 바질도 있다. 바질은 식품에 많이 쓰는 소재로 어떻게 재배하느냐에 따라서 기능성 성분의 함량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고, 현재 특허를 출원 중에 있다. 상추 연구도 최근 품종별 기능성 성분에 대해 논문을 발표했다. 우리는 대부분 상추쌈을 싸서 먹지만, 상추 성분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는다. 상추에는 페놀산과 플라보노이드 등 다양한 기능성 성분이 함유돼 있으며, 연구 결과 적색 계열 품종이 녹색 계열 품종보다 기능성 성분 함량이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와사비 잎과 밀크씨슬, 바질, 상추까지 우리가 흔히 먹고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소재가 경쟁력 있는 소재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Q. 연구소가 중앙대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있다. 이에 따른 장점이 있다면.
“기업 활동을 하다 보면 확인해야 하는 정보들이 굉장히 많다. 저는 교수로 재직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에서 제공하는 최신 정책이나 지원사업 등을 일일이 찾아볼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러나 중앙대 창업보육센터에서는 이런 정보를 맞춤형으로 저희 연구소에 제공해 주기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고, 중요한 핵심 사항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또한 연구소 운영에 필요한 법적, 재정적 지원에 관한 자문도 받을 수 있어 안정적인 기업 운영이 가능하다. 창업보육센터는 저희 회사에 직원이 한 명 있는 것과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같이 많은 지원을 받고 있는 중앙대 창업보육센터의 창업 보육 기간은 5년이다. 저희 연구소는 2020년에 창업을 했기 때문에 예정대로라면 올해 창업보육센터에서 퇴실을 해야 한다. 그런데 교원창업에 한해서 올해 처음으로 연장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저희 연구소가 첫 수혜자가 된 셈이다.”
Q. 연구소 설립 초기부터 수익금 일부를 중앙대 장학금으로 기부, 젊은 세대의 창의적 역량을 지원하고 있다.
“저희 연구소는 매년 수익금 일부를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는 제가 교수로 재직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저는 회사에서 생기는 수익금을 월급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수익금을 학생 창업이나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데 쓰고 싶어 이를 실천하고 있다. 사실 많은 학생이 대학을 다니면서 대기업 입사만을 목표로 하는 걸 보고,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안타까웠다. 대기업 취업자가 있으면 중소기업 취업자도 있어야 하고, 또 농사를 짓거나 장사를 하는 사람, 창업을 하는 사람도 있어야 세상이 톱니바퀴처럼 잘 돌아가는데 이런 점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왜 다양성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더니 학생들에게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래서 연구소 수익금 일부를 장학금으로 지급한다면 지금보다 많은 학생이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기부를 하고 있다. 실제로 중앙대에서는 ‘CAU-스타 오디션’이라고 해서 저희 연구소에서 주최하는 학부생 대상 창업경진대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학생들은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가능하면 저희 연구소 수익금을 장학금이나 기부를 통해서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저희 연구소가 작은 기회와 용기를 줄 수 있다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저희 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성장한 학생들이 훗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나누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Q. 마지막으로 인생 선배이자 기업 대표, 그리고 교수로서 젊은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우리는 왜 자꾸 나답게 살려고 하지 않고, 남들처럼만 살려고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많은 학생들이 친구가 대기업에 취업하면 대기업 취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보다 나의 장점을 발견하고,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해야 되는데 나보다는 내 친구 또는 옆에 사람이 어디에 취업했느냐를 신경 쓰며 남답게 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저는 남답게 살지 말고 나답게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 여기서 나답게 사는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내가 평균보다는 좀 더 잘해야지 하면서 토익 시험을 치르고 자격증도 취득하고, 성적도 잘 받아서 평균보다는 조금 더 나은 인생을 살려고 한다. 그런데 이런 학생은 당연히 본인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가 어려울 수 있다. 왜냐하면 나의 장점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제가 말하는 ‘나답게’는 평균보다는 낮을지 모르지만, 무언가 한 가지는 남들보다 월등하고 독보적인 재능을 찾는 일에서 시작돼야 한다. 내가 무언가 하나는 남들보다 독보적으로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남답게’ 사는 게 아니고 ‘나답게’ 사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모든 걸 다 잘하려고 하지 말고, 본인이 진짜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대학에서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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